오늘은 바쁜 날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학 동기들과 운동하는 날이다. 게다가 지난 주의 달빛 산행으로 한 주 미뤘던 독서토론모임도 있는 날이었다. 우선 출근하기 전에 오늘 해야할 일을 미리 생각해 보았다. 화분에 물도 줘야 하고...

   1교시 수업을 했다. 특히 수업분위기가 좋아서 언제나 설명하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반이라서 조금 긴장이 되었지만,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가 밝아져서 아주 좋았다. 역시 학생들과 수업이 잘 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다.

   2교시는 수업이 없어서 독서토론모임 준비를 했다. 아이들에게 나눠준 유인물을 읽었다. 논쟁이 될 만한 관점들을 정리해 보려고 하는데 틀림 없이 생각이 한쪽으로 쏠릴 것 같다. 참고 자료를 읽고 있으니, 아이들이 어떤 쟁점을 들고 나올 것인지 궁금해진다.

   3교시는 다시 수업시간이었다. 오늘 진도는 조금 가벼운 단원이라 한결 분위기가 좋았다. 토요일 수업은 즐거운 시간이 계속된다. 아이들의 삶에 조금 더 깊이 들어갔으면 하는 욕심도 나지만, 지금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4교시는 다시 수업이 없어서 독서토론모임을 위한 간식을 준비하러 학교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햇살이 너무 따갑다. 김밥을 사기 위해 학교 근처 즉석 김밥집에 들러 주문을 하고 큰 할인점에서 김밥과 함께 먹을 음료수도 좀 샀다. 사다가 보니 나중에 운동하면서 먹을 음료수도 사게 되었다. 김밥을 챙겨 냉장고에 넣어두고 도서실 문을 열었다.

   시간이 좀 남았기에 도서실에 있는 화분을 모두 꺼내어 물을 흠뻑 주었다. 집에 가는 아이들에게 한 마디씩 툭 던졌다.

   "얘들아, 이 꽃 예쁘지?"

   "예쁘네요. 근데 이 꽃, 선생님, 거에요?"

   "글쎄... 꽃은 누구 것도 아니야! 그냥 꽃 제 자신의 것이지!"

   "선생님, 어제 도서실에서 노래 부르시던데요? 선생님은 늘 행복해 보여요"

   "그래? 난 우울하면 노래 부르는데...?"

   "그럼, 선생님은 항상 우울하시겠네요?"

   "글쎄다. 그런가? 아무튼 주말 잘 보내라"

   화분에 물을 주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는 말은 생각해 볼 수록 옳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실의 아이들도 생명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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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4-06-0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은 누구 것도 아니야! 그냥 꽃 제 자신의 것이지!"
역시 느티나무님 다운 대답이십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