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학교는, 작년의 그 홍역을 치르고도 모의고사를 치고 있다. 이는 분명히 교육청 지침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는 연간 교육 계획에 따라서 1,2학년은 '교내 체육대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래서 일주일 전부터 학급별로 예선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 홈페이지에 오른 글 한 편이 발단이 되어 느닷없이 모의고사를 친다고 발표해 버렸다. 홈페이지에 실명을 밝히지 않고 '모의고사 치자'는 주장을 올리고(학생이라고 했지만, 전혀 학생 같은 말투가 아닌...) 같은 IP 주소로 댓글이 달리고, 아이들은 반발하고... 그 와중에 각반 대표라는 학부모들이 교장실에 몰려 와서 사설 모의고사를 치자며 반대하는 담임들을 교장실로 부르고(내가 그 담임이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걸 안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좀 심하다'는 반응을 보일 뿐!

   일주일 전, 가장 기분이 상했을 체육선생님께서 교무실 칠판에 "5월 25일은 비가 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체육대회는 취소합니다. 체육대회는 체육시간에 계속 진행하고 전체 시상은 전체 조례시간에 하겠습니다."라고 적어 놓으셨다. 그래서 나는 오늘 우산을 쓰고 등교를 하려고 준비했는데,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우산 가져오는 걸 잊었다. 이런!

   1교시 감독을 마치고 교무실에 내려오는데 우연히 교장선생님을 뵈었다. 교장선생님께서 웃으시면서 "오늘 날씨 참 좋지요?"라고 하셨다. 나는 의아하다는 듯이, "교장선생님, 지금 밖에 비오고 있잖습니까? 오늘 비가 많이 오는데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교장선생님께서 순간 멈칫 하시더니 '허허' 웃으면서 가셨다. 학원에서 주관하는 사설 모의고사 치면 모두 행복해질까? 한쪽에선 법대로 하자면서 또 한쪽으로는 법을 멋대로 어기는...

- 멋지게 보답해 준 것일까? 눈물나게 하늘이 파랗다.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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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5 17: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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