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책 안 읽었네. 두 달 동안 읽은 책이 겨우 네 권인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뇌에 긴장감을 유지하지 않고 어떻게 선생 노릇을 하겠다는 것인지... 나도 참 답이 없는 사람이다. 앞으로 분발해야겠다.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는 삶. - 멋지지 아니한가?
불놀이는 정말 빼어난 작품이다. 소설이 던지는 주제도 묵직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무척 흥미롭다. 긴장감을 높이는 구조와 독자를 빨아들이는 문장이 책을 잡으면 끝을 보게 한다. (무엇보다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재미만 있어서는 곤란하겠지만!) 조정래 작가가 천착해 온 우리 현대사의 비극인 6.25 전쟁 전후에 벌어진 이념간의 갈등, 그로 인한 상처, 수 십 년이 지나도 아물지 않은 고통의 기억 등을 보여준다. 아마, 이런 작품을 집필해 왔기에 태백산맥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글쓰기의 전략은 실용적인 책이다. 글쓰기가 단순한 기능이 아니니까, 단기간에 어떤 테크닉을 배운다고 해서 실력이 확 느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글쓰기의 '전략'만이라도 제대로 배우고 싶다.(대학에서 이런 걸 배운 적이 있었나? 아마 있었다고 해도, 아마 심드렁해서 제대로 배우려고 들지 않았을 것 같다.) 좀 편하게 글 쓰는 법은 없나, 하면서 집에 있는 책장에서 집어든 책. 설명은 친절한데, 나에게는 여전히 어렵다. 그러면서 내린 결론-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
어쩌다가 생긴 도서상품권 때문에 동네 서점에 가서 산 책. 만원 짜리 상품권 두 장을 들고 진복이 녀석 그림책이나 사주려고 갔는데, 진복이 책 세 권 사면서 서점에 꽂힌 책을 구경하다 보니 역시 사람은 견물생심이라. 싼 시집이나 한 두 권 사려고 기웃거리다가 눈에 띈 시집이다. 집에 백석 시집은 두 권이나 있는데 표지에 붙은 "정본"이라는 말에 혹해서 냉큼 샀다. 천천히 읽고 있는 중-자주 읽어도 늘 새롭다. 백석 시집은 언젠가 꼭 한 번 필사를 해야겠다.
890만 번 주사위 던지기는 이시백 선생님의 전작, 갈보 콩과 누가 말을 죽였을까,가 좋아서 샀던 책이다. 친한 사람이 옆에 앉아서, "자, 며칠 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라거나 "내가 옛날에 들은 얘긴데..." 라면서 우스개 같은 얘기를 해 주는 것 같은 책이다. 얘기를 들을 땐 마냥 우스웠는데 한참 웃고 나니 뭔가가 남아서 혼자서 곱씹게 되는 이야기책이다. 역시 남을 웃기는 재주는 타고나는 것 같다. 부러울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