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착하신’ 이OO 선생님께

   선생님, 저는 진복이 아빠입니다. 가끔씩 알림장에다가 진복이의 일상에 대해 흔적을 남긴 적이 있는지라 짧은 편지글 쓰는 일이 쉬울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그래도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선생님께 저의 ‘참’ 고마운 마음을 전하지 못할 것 같아서 이렇게 씁니다.

   진복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낼 때 내심 걱정이 많았습니다. 집에서야 저 혼자니까 할머니들과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하는데 익숙해져 있는데, 어린이집이야 다른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니까 선생님의 관심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겠나 싶었거든요. 더구나 녀석이 태어나기를 힘들게 태어난지라 인지 발달도 조금 느리고, 몸도 약하고, 체격도 무척 작았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부모의 걱정과는 상관없이 며칠이 지나니까 녀석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을 아주 신나하더군요. 행복반 친구들도 좋아하고, 특히 선생님이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때부터 마음이 푹 놓이는 게, 아 녀석, 유년시절을 행복하게 보낼 복을 타고 났구나, 싶었답니다.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 속에서 즐겁게 보내는 경험만큼 행복한 일은 없으니까 제 복은 제가 타고 난 셈이지요. (저희는 복이를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이었거든요.)

   복이가 처음에 밥을 먹다가도 식판에 토한 적도 있고, 똥오줌을 못 가려서 바지에 묻히기도 하고, 말도 어눌하고, 팔다리에 힘이 없어서 제대로 활동하기도 힘들었는데, 어린이집에 다닌 1년 동안 스스로 밥도 떠먹고, 스스로 응가도 하고,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말하고, 달리기도 씩씩하게 잘 하는 어린이로 자랐습니다. 복이가 이렇게 자라는 데는 선생님의 넉넉한 배려와 따뜻한 사랑이 절대적인 힘이 되었겠지요?

   우리 복이가 앞으로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면서 무수히 많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런데 복이가 제 일생에서 만난 첫 번째 선생님을 무척 따르고 좋아하고,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니까 앞으로 만날 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한 기대감도 무척 큰 듯 합니다. (선생님은 좋은 분, 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았나 봅니다. 복이는 제 주변에 다 좋은 사람들만 있는지, 세상에 ‘악당’이 없대요. 싫은 사람도 없고……)

   선생님께서 행복반 친구들 한 명 한 명에게 따뜻한 사랑을 듬뿍 주시고, 다양하고 신기한 활동 많이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복이가 집에서도 어린이집에서 만든 거 자랑도 많이 하고 가지고 잘 놉니다.(비록 녀석이 만든 게 아주 형편없더라도 자기는 좋아하더라구요.) 그 때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이거 계획하고 준비하려면 선생님께서 들이시는 시간과 노력이 엄청날 텐데……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1년 동안 알림장에 써 주시는 글 읽는 재미도 좋았고, 카페에 들어가서 행복반에 활동 사진 올려진 거 보는 게 제 일상의 작은 기쁨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행복을 누리기가 어렵게 됐네요. 그래서 ‘또래또’를 떠나는 복이뿐만 아니라 저도 무척 아쉽습니다.

   OOO 선생님!

   일 년 동안 복이를 잘 보살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진복이와 저희 가족은 앞으로 오래도록 선생님께서 베풀어주신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또래또어린이집, 행복반 진복이 아빠 드림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느티나무 2011-03-24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복이는 어린이집 사정으로 3월부터 새로운 어린이집에 다닌다. 지난 2월에 그 동안 아껴주신 진복이 담임선생님께 감사의 편지를 드렸다.

2011-03-24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8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