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 백무산
찬바람 닥치고 낙엽이 지면
저 산에 나무들 가운데 사철 푸른 나무들이
오래 그 푸르름을 뽐내겠지만
그 푸른 기상이 장하기도 하지만
푸르던 잎새들 다 발 아래 떨구고
앙상한 가지마저 거두지 못해
긴 겨울 찬바람에 다 내어주고
끝 모를 허공에 생을 다 놓아버리는
그 마음 깊이를 알 수 있을까
내가 있던 그 자리에 바람이 들어와 앉고
구름이 들어와 앉고 새들 날아와 앉고
내가 있던 그 자리에 눈보라 휘날리고
나 아닌 것들이 다 다녀가고
시간은 마침내 그 자리조차 지우고
어느 봄날에 흔적 없던 가지 끝 허공에서
나 아닌 모든 것들이
내가 되어 피어나고
저 푸른 천 개의 팔을 펼쳐
너를 안고 한 호흡으로 타오르는
눈부신 한철을
저들은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