通度寺를 다녀왔지요. 사실 통도사는 내려올 때 잠깐 들렀다고 해야겠네요. 통도사 주변 암자인 수도암, 안양암, 서축암, 자장암을 먼저 둘러 보았거든요. 수도암의 스님께서 비도 오는데 쉬었다 가라시며 툇마루를 내주셨고, 안양암 들어가는 짧은 진입로는 별천지 같았습니다. 서축암은 부잣집 아들 같은 절이고, 자장암은 계곡물이 환상적인 수행처더군요.
그러나 사진 한 장 찍어오지 못 했습니다. 암자에 들어서서는 사진기에 손이 가지 않더라구요. 남들 다 하는 흔한 이야기지만 '그냥 눈에, 마음에 담아가지, 뭐!'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지요. 우산을 받쳐 들고 사진기를 챙겨 절(寺)로 들어선 내 모습이 조금은 우습게 느껴졌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가요? 암자를 도는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결국 사진 한 장 찍어오지 못 했습니다.
통도사 경내에 들어서서야 약간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통도사 사진이라도 몇 장 남길 수 있을까 싶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비가 오니 사진기를 내 놓고 다닐 수가 없어서 기껏 10장도 못 찍고 그만 두었습니다. 다음에 또 와서 잘 찍으면 되거든요.
통도사는 큰 절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잘 모릅니다만 통도사가 종단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그렇거니와 통도사의 건물 하나 하나의 종교적, 역사적, 건축학적, 예술적, 문화적 가치도 크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람이 불교적 교리를 바탕으로 배치되어 우리나라 가람 양식의 변화 발전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풍월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천 오백년의 시간이 한 곳에서 공존하고 있는 곳, 바로 경남 양산의 통도사입니다.
천왕문 앞 연등
경내 입구, 천왕문에서
공간의 깊이감을 더하기 위해서 건물 배치를 다채롭게 하고 있습니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불이문이고, 오른편 앞에서부터 극락보전, 약사전입니다. 왼편은 범종각과 만세루이구요.
경내 진입. 불이문에서
공간의 폭을 좁혀서 대웅전으로 진입하는 공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하늘에 연등은 달리고... 저기, 저 아득히(?) 연등이 매달린 곳은 지붕인가요, 하늘인가요?
적멸보궁의 문살
통도사 적멸보궁(대웅전의 서편 이름, 이 건물의 동편 이름은 대웅전이고, 남편 이름은 금강계단이지요.) 문살도 어느 절 못지 않게 장인의 정성과 미적 감각이 돋보이는 수작(秀作)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통도사는 아주 큰 절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도, 안 보이는 것으로도. 평소에야 늘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그래도 인적 뜸할 때 차분히 둘러보시면 대가람의 위용을 몸소 느끼실 수 있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