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께 쓴 편지
한 달에 서너 번은 가까운 선생님들께 메일을 보낸다. 물론 매일 학교에서 마주치는 얼굴이지만 그래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나 '배우고 가르칠' 때 든 생각들, 좋은 글, 내가 찍은 사진... 또 잡스러운 것들을 모아 선생님들께 짤막한 내용으로 써 드린다. (그런 점에서 이 서재는 아주 유용하다.) 아래는 이번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들께 드린 글이다.
작년에도 아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그 땐 필름사진기였기 때문에 찍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온 사진을 한 장 씩 건넨 보람은 컸다. 아이가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소중하게 자기방 책상 유리에 꽂는 모습을 보고 고맙다는 사연을 보내주신 학부모님도 계셨으니까...
올해는 담임이 없으니 아이들과 사진 찍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나의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전시킬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3학년 학생들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 두었다. "얘들아, 너희들이 스승의 날에 준비해 올 게 있는데 말이야, 음... 뭐냐면? 눈 팅팅 부어서 오지 마라구! 그 날은 우리 예쁘게 사진 한 번 찍어 보자, 알았지?" 우하하하!
고향 같은 선생님
- 조향미
내게 고향 같은 선생님 한 분 계셨으면
객지 어느 쓸쓸한 길모퉁이 돌다가
생업에 낯선 사람들에 시달리다가
문득 가슴 넘치는 안온함으로
떠올릴 수 있는 선생님
시외 버스로 두어 시간이면
달려갈 수 있는 동네
사립문 활짝 열고
늦도록 남포불 내걸려 있는 집
그리운 흙냄새와 낯익은 풀꽃들
서리서리 벌레 울음도
가슴 가득 품고 계신 분
내게 그런 선생님 한 분 계셨으면
또한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선생님이 되었으면
내일 모레가 스승의 날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스승의 날이면 어느 선생님이 떠오르시는지요?저요? 저는 당연히 OOO선생님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신데 지금 같은 학교에 계신지라...)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를, 지금, 이곳에 있게 한 여러 사람들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이 저를 가르쳐 주신 여러 선생님들이 아니셨을까? 한 번 생각해 봅니다.
교사가 되고나서 스승의 날은 열쩍기 짝이 없는 날이지만, 오 백원씩 천 원씩 모아서 산 것일 선물을 수줍게 내미는 그 아이들의 손에서 학교 다닐 때 제 모습이 얼핏 보이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기도 합니다.
저는 몇 년 동안 '스승의 날' 마땅히 해 볼 이벤트가 없어서 아이들과 사진을 찍었습니다. 우리반 학생 한 명과 저, 사진 한 장에 이렇게 꼭 둘이만 들어가게 찍습니다. (올해부터는 디지털카메라가 있으니 더 많이 찍을 수 있겠지만, 저는 담임이 없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 담임 선생님과 손잡고 찍은 사진 한 장! 아이들에게 평생 남을 사진이 아닐런지요? 인화하셔서 사진 뒷장에 짧은 말을 남겨주면 더 좋아하겠지요. 바로 며칠 후에 전해 줘도 되고, 학년말 선물로 주면 더 없이 좋아할 듯 합니다. (제가 디지털도, 필름 사진기도 있는데... 빌려 드릴 수 있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찍어드릴 수도 있습니다.^^; 내용은 보장할 수 없지만..ㅋㅋ)
이 시를 다시 보니, 정말 아이들에게 고향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승의 날' 을 자축하며, 또 선생님께 축하의 말씀을 올리면서...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