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 - 배움이 있는 수업만들기
사토 마나부 지음, 손우정 옮김 / 에듀케어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수업이 바뀌면 학교를 바꾼다를 읽었다. 아마, 순대선생님이 쓴 리뷰를 본 게 기억에 남아있어서 고른 책이 아닐까 싶다. 230쪽 정도의 두껍지 않은 분량, 게다가 책의 크기도 보통 책보다 적고, 또 직업이 직업인지라 작심하고 읽으려 했다면-더구나 요즘엔 더더욱- 한 이틀 정도면 충분했을텐데 적어도 일주일은 걸린 것 같다. 

   그만큼 확 와 닿지는 않았단 얘기. 그러면서도 끝까지 읽은 걸 보면 뭔가 마음에 흔적이 남았단 얘기도 되겠다. 간단하게 내용을 정리하면서 마음에 닿은 이야기와 내 마음을 비켜간 이야기를 기록해 보려고 한다.  

   우선 내용 정리부터, 이 책은 학교라는 조직은 '외부에서 쉽게 바꿀 수 조직이 아니'라는 걸 전제로 한다. 그럼, 학교를 바꾸려고 할 때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따를텐데, 저자는 책의 제목에서 정답을 일러주고 있는데, 바로 수업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학습만 이뤄지고 있는 교설 수업을 진정한 '배움' 이 있는 수업으로 바꿔야 한다.(1부) 수업 공개를 상시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공개연구회를 개최한다.(2부) 국가나 교육청 단위의 주어진 교육과정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의 '배움'의 과정에서 파생할 수 있는 총합학습을 중심으로 일상적 교육과정을 구성한다.(3부). 주장을 담은 내용은 여기까지고 4부에서는 1,2,3부의 학교 개혁의 성과가 있는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먼저 내 마음에 닿은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첫 번쨰로 1부에서 교실 수업에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 의식에 공감이 갔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배우기면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기 보다는 '배움'에 대한 교사의 방향성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수동적 능동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적절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자기주도적'학습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름은 그럴싸한데, 이게 뭐 새로운 개념은 아니고,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 는 옛말의 최근 유행 버전일 것이다. 그런데, 이 말에는 결정적으로 '무엇'을 배울 것이냐, '어떻게' 배울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빠져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학생들의 배움에 '무엇'과 '어떻게'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교사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배움'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관계'이다. 교사가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일제식학습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가 미처 예측하지 못한 아이들의 목소리까지도 거기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하고 있으니 이런 수업이야 말로 진정한 '배움'이 싹트는 수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말하기'보다는 '듣기' 활동에 대한 강조도 인상 깊었다. 나도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소모임 활동을 몇 년째 해 오면서 항상 강조하는 게 '듣기'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앉아서 듣기만 한다는데, 동아리 활동을 해 보면 모두들 자기 이야기만 하려고 하지, 남의 이야기에 정성껏 귀를 기울이는 학생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모든 '배움'의 출발은 '듣기'이고, '듣기'야 말로 사실, '배움'의 주된 활동이 아닌가? 정말, '말하고 쓰는' 시간은 아무리 상호소통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수업시간이더라도 그 비중이 '듣기'보다 많을 수는 없을 것 같다.(어쩌다 1~2시간 정도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세 번째는 연간 수업 공개를 상시적으로 운영하자는 데도 공감이 간다. 수업 공개를 통한 학교의 변화는 아마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는 아마 최고의 제도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금의 수업 공개 방식이나 제도가 1회적이고 보여주기식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건 두번 말하면 입 아픈 사실! 그래서 수업공개를 교과 동료교사들끼리 상시적으로 열어두고 모든 교사들이 수업 공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하자는 제안은 좋다. 사실, 최근에 들어서 현장에서는 점점 이런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유명무실한 경우도 있지만 전 교사 수업공개(동교과 교사 참석)는 기본이고, 학부모 수업 참관 주간 설정에다가 작년에 도입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위한 수업공개까지... 이젠 적어도 수업 공개 활동이 교사들에게 '왜?'라는 의문을 품어야 하는 낯선 활동은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다.  

  네 번째는 총합학습에 대한 관심도 좋았다. 총합학습의 개념이 구체적으로 와 닿지는 않은데, 교사나 학생이 관심을 가지게 된 특정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방면으로 깊이 연구해 보는 교육활동 정도로 이해하는 정도다. 주제 중심의 교육활동이라고 해야하나? 예를 들어, 초등 저학년 정도의 수업이라면 연필을 주제로 정했다면, 연필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연필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연필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이런 것들을 범교과학습으로 묶어서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고등학교 1학년들을 대상으로 '창의적체험활동'이라는 과정을 한 주에 4단위(주당 4시간) 개설된다. 이 창체시간 안에다가 계발, 자치, 행사, 적응활동을 포함시키서 운영한다. 이 시간을 학교현장에서 새로운 수업 모델로 운영할 수 있다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총합학습이 운영대로 저자의 기대대로 교과학습의 변화까지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이 책에서 말한 '총합학습'이라는 개념이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새학기에 계발활동으로 지역사회탐구반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지역내 여러 공공, 사회단체를 탐방하는 프로그램으로 계발활동 1시간으로 운영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뒤에 이어지는 보충수업시간을 함께 묶어서 운영해 볼 결심을 했다. 학교에서는 진학공부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일에 튀는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겠지만, 이제는 그 정도 눈치주기는 슬쩍 외면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으니까. 결심이 섰을 때 자신감 있게 한 번 시도해 보자.  

   이제는 이 책의 내용 중에서 내 마음을 비켜간 이야기를 한 번 떠올려 본다면 대부분의 사례가 초등학교 중심이고 중학교의 사례도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일본의 사정도 우리와 비슷할텐데, 초중학교는 대학입시의 압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우니까 다양한 형식의 수업모델의 개발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특히 고등학교는 모든 수업 방법이나 내용이 입시를 떠나서는 유명무실해 지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은 개별 교사의 책임도 있겠지만 제도의 책임이 더 크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입시 체제를 그대로 두고는 다른 어떤 처방이나 아무리 좋은 선진 시스템을 도입해도 학교 현장에 처방과 시스템이 적용될 때는 왜곡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교육개혁의 실패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수업 공개를 연간 운영한다고 할 떄 어쨌든 교사들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 관건일텐데...일반 학교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책에서 소개된 소규모 학교거나 정말 학교의 변화해야할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라면 모를까?) 단순히 수업의 공개 운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수업을 통해 자신의 수업 상황도 함께 반성적으로 성찰해서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럴려면 모든 교사들이 이 수업 공개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어도 할 것이다. 이는 어떻든 구성원 모두가 간절히 필요하다고 느껴야 가능한 일이다. 역시나, 어려운 문제!(물론 책에서는 교사들이 수업 공개에 에너지를 집중하기 위해, 교장이 교사의 '잡무'를 다 없애버리는 혁명(?)이 일어난다. -이것이야 말로 혁명이다.) 

   마지막으로, 총합학습의 '배움'이 교과학습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말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총합학습은 기본적인 시수가 교과학습에 비해 훨씬 적지만, 이 수업방법을 통해 일반 교과학습에도 총합학습의 방법이 적용되어 실질적인 교육과정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인데, 내 경험상으로는 실제 결과는 그 반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주당 2시간 정도의 수업으로 전체 30시간  교과학습의 변화를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싶다. 교과학습의 틀을 변화시키지 않고는 총합학습도 교과학습의 구태를 답습하다가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내 지적들이 이 책을 쓴 의도와는 한참 벗어나 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 책은 전제에서 말한 것처럼  수업(배움)을 통해 학교를 바꾸고,  다시 학교를 통해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있는 듯 하고, 내 지적은 기본적으로 지금과 같은 학교 틀에서는 어떤 일의 변화를 만들어내기 몹시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할 시점, 매끄럽지 못한 번역문이 좀 거슬리나 얇은 책이 던지는 시사점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이 책이 주로 다루는 대상이 초중등학교에 한정되어 있을지라도 교직에 있거나 교육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덧붙임 -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교사들을 중심으로 시도하고 있는 학교모델이 '혁신학교'라고 알고 있다. 이제 변화가 시작되었는가? 어쨌든 그 변화의 바람이 공교육의 벽을 뚫고 들어오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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