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는 제법 여행을 많이 다녔다. 직장인지라 평일에는 엄두도 못 내고 주로 주말을 이용해서 부산에서 가까운 곳으로 여러 번 다녔다. 주로 경남북, 전남북 이곳저곳을 다녔는데, 이제는 여행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꼈다. 

   지금보다 좀더 젊었을 때는, 많이 보고, 읽고, 듣고, 먹고... 그런 게 남는 건 줄 알고 작은 시간도 짜내서 한 곳이라도 더 다니려고 종종걸음을 걸었다. 그 때는 하루 한 두 번 밖에 안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안 되면 몇 km를 걸어서라도 꼭 보고 싶은 곳을 찾아가곤 했다. 그 때 다닌 곳은 주로 답사지. 여행을 가기 위해 답사 안내책도 제법 열심히 읽었다. 누가 여행을 가자고 하면, 항상 첫 번째 질문이 "거기 뭐 있는데?"였다.  

   지금은 그런 욕심을 좀 많이 버렸다. 여기 언제 다시 오겠노? 이런 생각을 했던 여러 곳도 시간이 지나니까 결국 다시 들르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아니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이 시간이 지나니까 많이 깨졌다. 그냥,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서도 무엇을 많이 보고, 느끼겠다는 욕심도 많이 줄었다. 어쩌면 편안함과 게으름은 동전의 양면인 듯 싶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지리산 자락에 있는 흙집세상이라는 곳이다. 흙집세상은 흙집으로 지은 '펜션'이다. 우리 학교 김OO 선생님이 다녀온 뒤로 나에게 귀뜸해 준 집이다. 지리산 자락,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 깊은 골짜기의 예쁜 집이다.  

   오후 3시에 도착하니 인상 좋은 주인장께선 벌써 방에 군불을 지피고 계셨다. 인사를 나누고 방에 짐을 푸는데, 눈발이 슬슬 날렸다. 부산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눈을 봐서 좋긴 한데, 이날 이사를 하느라 짐만 풀어놓고 저녁에 이곳으로 오기로 했던 장OO네 가족 때문에 걱정이 됐다. 어스름이 깔리니 눈발은 더욱 굵어졌다. 아마도 이제 차가 다니지 않는 산골의 도로는 눈에 덮혔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못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조바심이 났다. 저녁 8시 차가 미끄러워서 못 간다는 전화가 왔다. 주인장께서 화개면까지 차를 몰고 데리러 갔다.  

   저녁 9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준비해 간 고기를 주인장께서 직접 숯불에 구워서 방안으로 들여주신다. 창 밖으로 눈은 쏟아지는데 방안에서 숯불구이로 저녁을 먹는 밤. 저녁을 먹고 간식으로 먹은 군고구마는 어찌 그리 달콤하던지. 주인장께서 아궁이에 장작을 어찌나 많이 넣으셨는지 아랫목은 3초도 서있기 힘들 정도로 절절 끓었다. (잠은 아랫목을 피해 윗목이랑 벽쪽에 붙어서 자야 했다.)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밤이었다. 

흙집세상 전경[오후부터 눈이 내렸다.] 

 

우리가 잤던 방[형제봉] 

 

방 옆에 잔뜩 쌓아둔 장작더미-진복이가 문을 열고 빼꼼히 본다. 

 

우리 방의 내부[창문, 방문, 지붕] 

 

흙집세상의 야경 

 

흙집세상 텃밭에서 바라본 지리산 자락[칠불사 근처인 듯] 

 

이진복 군과 장하윤 양[참고로, 사진에 나온, 미소가 아름다운 남자는 내 친구, 장OO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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