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 노래, 김광석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빈 방안에 가득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정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에 말 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 보다 커진 내 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속에 빛나는 별 하나 오직 너만 있을 뿐이야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 보다 커진 내 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실물로) 본 가수, 김광석... 아마 92년이었을 것이다. 부산가톨릭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그를 보았다. 기타 하나와 하모니카로 노래를 불렀다. 그 날 그 공연에서는가수의 목소리가 저렇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그 때만 해도 그렇게, 유명한 가수는 아니었다.)

   학교 다닐 때는 과방에서 '사랑했지만'을 자주 불렀다. 입대하기 전에는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면서 밤을 새운 적도 있었다. 훈련병 시절, 내가 부른 '이등병의 편지'로 우는 동료도 있었다. 마음이 흔들릴 때에는 '나의 노래'를 불렀다. 내가 힘을 내야할 때는 '일어나'가 있었다. 어김 없이 가을이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흥얼거리고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을 때에는 다시 부르기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듣는다. 서른을 넘기기 전에는 '서른즈음에'가 있어 불안한 내 삶의 작은 위안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할 때는 '그루터기'를 가르쳤다.

   오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노래를 듣는다. 지금 봄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일까? 옛날 의주샘이 동료선생님의 결혼식 뒷풀이에서 엉뚱하게 이 노래를 부른 기억이 새롭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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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0 09: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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