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가능하면 학교 일과 시간에는 글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 학년에는 공무와 사적인 일을 확실히 구분하고, 학교에서는 공적인 업무에 최대한 에너지를 쏟으려고 한다.

   이 삭막한 학교에도 눈이 펄펄 내린다. 교무실도 술렁이고, 아이들도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내가 이런 날 수업을 한다면, "애들아,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봐라"라고 하거나 "나가자"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성탄 전날에 눈이 온다면 수업하지 않고 운동장으로 나간다고 약속한 적도 있었다.)

   나는 혼자 학교 건물 주변을 걸어다녔다. 서둘러 디지털카메라를 찾았으나, 오늘은 집에 두고 와 버렸다. 그러니 꼭 찍고 싶은 장면을 남길 수가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아이들의 손전화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눈뭉치를 던지며 노니까 한결 생기가 돋는다.

   또, 생각지도 않게 눈이 오는 덕분에 약속도 생겼다. 유달리 퇴근이 빠른 교무실, 그러나, 나는 약속 때문에 아직 학교에 남아 있다. 6시. 이제 서서히 챙기고 나서면 될 것이다.

   이 어수선하고 왠지 모를 답답한 내 마음을 덮어주려는 듯, 오후내내 지금까지 눈이 내린다. 눈이 소담스럽게 세상을 덮어간다. 내 마음을 덮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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