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라고 다 같은 소나무가 아니다. 태어나고 자란 곳에 따라 모양과 때깔이 다르다. 종자에 따라 뻗어나간 기상도 다르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따라 자라는 금강송. 국내 소나무 가운데 금강송과 견줄만한 소나무는 없다. 제 아무리 아름다움을 뽐내는 소나무라 하더라도 금강송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싱싱한 놈은 껍질도 붉고, 거죽을 벗겨낸 몸통도 붉다. 그래서 황장목(黃腸木)이라고도 불렀다. 이 소나무는 굽을 줄을 모른다. 오로지 하늘을 향해서만 쭉쭉 뻗어 올라간다. 배롱나무처럼 실실 허리를 꼬며 자라는 경주 삼릉의 솔숲과는 견줄 수 없는 품격이 있다. 금강송과 마주하는 순간 자연에 대한 존경과 경이로움이 몰려온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지존의 포스가 느껴진다. 오죽하면, 조선의 황실에서는 금강송 군락지는 함부로 벌채할 수 없는 봉산(封山)으로 지정하고, 궁궐을 짓거나 나라의 큰 일이 있을 때만 베어다 썼을까.  


 

 

생태경영림으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고의 금강송 군락지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는 금강송 군락지 가운데 최고로 꼽는 곳이다. 낙동정맥의 깊숙한 품에 자리한 이곳은 늘씬하게 하늘로만 치솟은 금강송이 산과 숲을 빼곡하게 매우고 있다. 헌걸차게 치솟은 금강송의 자태도 자랑거리이지만 이처럼 규모 있는 숲을 찾아보기 어렵다. 워낙 깊은 산속이라 일제와 한국전쟁 등 근대화의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자행된 벌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의 면적은 2247ha. 수령 500년이 넘은 보호수 두 그루와 350년 된 미인송, 200년 이상의 노송 8만 그루 등 총 1,284만 그루의 금강송이 이곳에 자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는 1959년부터 민간인의 출입을 금지했다. 금강송 군락지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6년. 남부지방산림청이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 에코투어’란 이름으로 일반에 개방했다. 이로써 과거 조선 왕실부터 봉산으로 지정돼 신비에 싸여 있던 이 숲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소광리 금강숲을 둘러보는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임도와 산책로를 따라 짧게 돌아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임도를 따라가면서 종일토록 금강송을 찾아다니는 방법이다. 대부분은 2시간이면 충분한 탐방코스를 선택한다.   

 

매끈하게 뻗어나간 금강송의 자태. 금강송은 젊고 싱싱한 것일수록 몸통의 껍질이 붉다.

500년을 살아온 할아버지송에서 풍기는 세월의 무게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주차장에 도착할 때부터 솔향기가 가득하다. 주차장을 감싼 숲이 모두 금강송으로 빼곡하다. 사람들은 하늘로 쭉쭉 뻗어 올라간 소나무를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이다. 주차장 주변에 심어진 금강송은 후계림으로 조성된 것. 고작해야 연차가 20~30년 밖에 되지 않는다. 100년 이상 묵은 진짜 금강송들은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산책로는 임도를 따라 조성됐다. 부드러운 흙길이라 걷기 좋다. 물론, 길 좌우로 금강송이 사열을 하듯 서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길은 가볍게 굴곡지면서 계곡을 향해간다. 100년 전에 낙동정맥 고개를 넘는 길이 그랬을 것처럼 푸근한 인상이다. 그 길을 따라 600m쯤 가면 길 한 켠에 우람한 덩치의 금강송과 마주보게 된다. 첫눈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젊고 패기 넘치는 여느 금강송과 달리 만고풍상을 다 겪은 눈치다. 이 나무가 할아버지송이다. 

   할아버지송의 나이는 무려 500살. 조선 9대 임금인 성종 때 태어났다. 할아버지송은 여느 금강송과 달리 몸통에서 뻗어나간 가지가 두껍다. 굵기만 두꺼운 게 아니다.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용 모양으로 가지가 심하게 뒤틀렸다. 몸통을 감싼 딱지는 거북의 등짝처럼 두껍고 단단하다. 할아버지송 곁에 금강송과 일반 소나무의 속살을 비교 체험할 수 있는 안내소가 있다. 

전망대에 서면 금강송숲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할아버지송을 지나면 길이 아주 조금 가팔라진다. 임도 좌우에 도열한 금강송의 호위는 여전하다. 왼쪽은 후계림 조성 구역이다. 가파른 산비탈에 금강송이 드문드문 서 있다. 그 빈자리에는 갓 식재된 어린 금강송이 자라고 있다. 어린 금강송은 100년이 지나면 여느 금강송처럼 우람한 청년이 될 것이다.  

   금강송이 군락을 이룬 숲은 초록바다를 연상케 한다.  

초록이 물든 숲에 붉은 기둥처럼 금강송이 수직으로 가르며 서 있다.

   할아버지송에서 400m쯤 가면 다리를 건넌다. 이 다리를 건너면서 탐방로는 왼쪽 계곡으로 든다. 이제부터는 능선을 타고 가며 금강송을 감상한다. 산책로는 임도를 따라 걷는 것과는 느낌이 분명히 다르다. 아주 깊은 솔숲에 든 것처럼 금강송 사이사이를 빠져 다닌다. 길의 기울기도 가팔라진다. 임도를 따라 편히 오던 것과는 달리, 가파른 계단에 가쁜 숨을 토하게 된다. 그러나 금강송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신한 기운이 몸속 깊이 파고들어 생각만큼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능선을 따라 가파르게 이어진 길은 전망대에 닿는다. 임도 갈림길에서 10분 거리다. 2시간 탐방 코스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이자 주변의 금강송을 조망하는 포인트다. 360도를 돌아봐도 금강송의 바다다. 젊고, 싱싱한, 붉은 빛이 선명한 나무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이마에 흐르는 굵은 땀을 훔치면서도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전망대에는 금강송을 잘라 만든 쉼터가 있다.  

임도에서 다시 계곡으로 들면 지름 120cm 금강송이 기다려 


   전망대에서 두어 걸음이면 다시 임도와 만난다. 이곳에서는 오른쪽으로 돌아내려간다. 왼쪽으로 가면 끝도 없이 임도를 따라간다. 임도를 따라서 200m 내려오면 길은 다시 계곡으로 내려선다. 이정표도 있다. 편한 길을 걷고 싶다면 계속 임도를 따라가도 된다.

   계곡을 따라서도 여전히 금강송 군락지다. 그 중에 하나, 아주 우람한 덩치의 금강송이 길을 막아선다. ‘여러분이 오시기를 기다렸습니다. 저를 안고 기념촬영하세요’라는 안내판이 서 있는 이 나무의 높이는 35m. 아파트 10층 높이다. 가슴둘레의 지름은 120cm. 어른 둘이 껴안아도 쉽지 않을 만큼 두껍다.

   ‘포토 스팟’을 지나면 작은 계곡을 가로질러 다시 임도 위로 올라선다. 임도를 따라 조금만 내려오면 처음 금강송 숲으로 들던 갈림길이다. 올라오던 길도 그랬지만 돌아가는 길도 발걸음이 편안하다. 여전히 임도 좌우의 숲에는 학처럼 고고한 자태의 금강송이 긴 목을 빼고 작별 인사를 건넨다.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풍기IC로 나와 영주 시내를 거쳐 간다. 영주~봉화~울진으로 이어진 36번 국도는 춘양까지 4차선으로 확장됐다. 춘양부터 울진까지는 2차선이다. 서면 쌍전리 통고산자연휴양림 지나 3km 가면 왼쪽으로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로 가는 917번 지방도가 나뉜다. 주차장까지는 917번 지방도를 따라 13,5km, 약 30분쯤 가야한다.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이고, 폭우가 내리면 물에 잠기는 잠수교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대중교통은 금강송 군락지로 가는 시내버스가 없어 불편하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 : 여름~가을

주소 :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지도보기

총 소요시간 : 2시간

문의 : 울진군청 문화관광과(054-785-6393)

   걷는 길은 특별히 어렵지 않다. 다만 전망대로 올라서는 곳만 조금 가파를 뿐이다. 또 등산로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말뚝을 박아 새로운 길로 안내하는 곳이 중간중간 있어 자칫 긁히는 상처를 입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임도만 따라서 산책을 하면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갔다 올 수 있다.

숙박
   금강송 군락지로 들어가는 길에 민박과 펜션을 하는 곳이 두어 곳 있다. 금강송 군락지 주차장에서 1km 아래에 ‘T131’(054-781-6693)이라는 오토캠핑장이 있다. 오프로드 동호회에서 즐겨 찾는 곳으로 캠핑 여건이 좋다. 통고산자연휴양림(054-783-3167)의 산막과 캠핑장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네이버캐스트/아름다운 한국/20100902/글∙사진 김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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