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에서

   고등학교 때 겪은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대학을 입학하게 되었고, 나는 그 때는 이미 애늙은이였다.  학교 안팎에서 열심히 싸우는 선배들이,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고, 그들의 무지막지한 용기에 감탄하기도 했었다. 내 친구들도 하나 둘 깊이는 아니지만, 그 주변에서 움직이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시위 대열에 들어갔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내 딴에는 신중하게 판단해 보고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되는 것만 골라서 했다!) 오로지 그 때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는 것만 하고 싶었고, 적으나마 내가 쓸 돈은 내가 벌어야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금,  내가 제대로 된 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진실로 인간됨의 괴로움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2003년 11월 26일 오후, 부산역!

바르게 사는 삶을,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가야 하는 것을 고민하게 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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