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컴퓨터로 노래를 듣는다. -귀뚜라미. 나희덕이라는 시인의 시에 안치환이라는 가수가 곡을 붙여 부른 노래. 한참을 흥얼거리다가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에서 울컥! ‘내 울음도 /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에서 또 울컥!! 지금껏 내가 보낸 메시지는 너희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였을까,를 생각하며 다시 울컥!!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 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 /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중에서

   아, 나는 내 마음을 울린 노래로 이 노래를 불러야겠다. 아마도 우리는 다음 주 수요일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게 될 거야. 네가 부를 그 노래는 아마 오래도록 그 사람과 함께 묶여서 우리들의 마음에 기억될 거야. 너희들이 부를 노래는 어떤 노래일까? 그 노래엔 어떤 사연이 있을까? 너희들이 노래 부르는 모습은 어떨까? 이 글을 쓰면서 그런 상상을 해 보니 벌써 마음이 콩닥거린다. 너희들은 어떨지 모르겠다만, 나는 얼른 다음 주 수요일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이번에 가져간 책은 잘 읽었겠지? 책 가져가면서 ‘어? 시집(詩集)이네?’라는 친구들이 좀 있더라. 시집 한 권 안 읽어본 고등학생이 별난 게 아니라, 시집 한 권 읽어본 학생이 별난 학생인 게 우리 현실이다. 대다수의 고등학생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시(詩)만으로도 충분히 벅차거든. 그렇지만 꼭 그게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잖아? 그래서 우리가 한 번 도전해 보는 거야. 고등학생도 시집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더구나 사람 마음을 떨리게 하는 좋은 가을에 말이지.

   먼저 두 권의 시집을 재미있게 읽어주면 좋겠어. 다른 거 필요 없이 정말 ‘음, 이래서 시집(詩集)을 사서 읽는 사람들이 있군!’ 하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단다. 이 두 권의 시집을 읽는 동안 평온한 네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한 번 읽고 무슨 뜻인지 모르겠거든 넘겼다가 나중에 차분하게 다시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시집을 읽을 땐 소리 내서 읽는 게 젤 좋다고 하더라.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해 보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시집을 읽다가 네 마음을 흔든 시가 나오면 그걸 손으로 직접 한 번 써보는 거다. 그리고 그 밑에다가 이 시가 왜 네 마음을 흔들었는지 짤막한 메모를 해 보자. 어쩌면 이 짤막한 메모가 시의 본문보다 더 길 수도 있겠다. 우리 모임에 와서는 그 시를 한두 편 낭송할거야. 그리고 낭송이 끝나면 사회자가 사연을 물어 보는 형식도 좋고, 아니면 낭송자가 스스로 설명해 주는 것도 괜찮지. 낭송할 때는 배경음악이 있으면 더욱 좋을 것 같은데, 이건 내 욕심이고 각자가 알아서 해 보자. 배경음악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건 의무사항은 아니야.

   지금처럼 우리 모두가 열심히 준비하고 그것을 같이 나눌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글밭 나래 우주인과 함께 우리의 행복한 시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자, 어느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 앞으로도 고고씽~~!!

   이제 곧 좋은 가을이 온다. 우리는 늘 좋은 시기가 지나고 난 다음에야 그 시기가 좋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예민한 감각으로 느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가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2010년 9월 1일, 좋은 노래 들으며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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