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래 계획은 8월 11일-12일의 일정이었으나 태풍 덴뮤의 영향으로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 사실, 처음 계획대로 했으면 더 좋을 뻔 했다. 8월 10일 아침에 부산에는 비가 많이 내려 일정을 연기하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오전 10시, 결국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 그런데 이후부터 바람도 자자들고 비도 그쳤다. 오후에는 날씨까지 맑아졌으니... 캠프를 진행하기엔 더 좋은 환경! 

2. 2시 30분에 시작해야 했으나 늦게 도착한 동아리도 있어서 3시부터 시작되었다. 첫 모임부터 낯선 애들끼리 모둠 활동을 하도록 했으니 담당교사가 적절히 분위기를 주도해서 학생들이 서먹하지 않도록 해 주는 게 필요하다. 아, 난 학교 냉장고에 우리 동아리가 먹을 음식 재료를 놔두고 와서 그 시간에 다시 학교에 내려 갔다 오느라 모둠 활동에 못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3-1. 다음은 이런 어색한 사이를 얼른 허물기 위해서 꼭 필요한 모둠 끼리 몸으로 부대끼며 노는 시간. 여러 가지 게임을 준비했지만, 여러 가지 준비가 미흡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야심차게 준비한 물풍선 던지기. 물풍선 100개를 사 왔지만, 풍선 주둥이를 끼울 수도꼭지가 넓어서 물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다. 음... 이건 제대로 하기 어렵겠다 싶어서 바로 준비를 안 했다.  

3-2. 처음에 했던 놀이는 모둠별 수박  빨리 먹기. 역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이만한 놀이는 없는 것 같다. 계획에는 학생이 진행을 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서 시작을 내가 했다. 모두가 첫 대면이라 아무래도 수박 먹는데 몸을 던지는(?) 아이들은 없어 예상했던 만큼의 반응은 아니었다.  

3-3. 다음은 피구 경기를 하기 위해서 주전자로 경기장을 그려 놓고 수박 먹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약간 어설프게 수박 먹기가 끝났고, 아이들을 나눠 피구 팀까지 다 짰으나 이상하게 흩어지는 바람에 급하게 고기 잡기 놀이를 했는데 모두들 엄청 뛰어다녔더니 진을 다 뺐다. 준비해 간 음료수를 내 놓고, 미리 숨겨 둔 보물찾기를 했다. 엄청나게 많은 "꽝" 때문에 작은 "보물"에도 분위기가 좋았다. 

4. 놀이 시간이 30분 늦어져서 저녁 시간도 조금 밀렸다. 5시 30분부터 저녁 시간. 우리 동아리는 간단하고도 맛있는 삼겹살 정식! 준비하고 서로 얘기하는 걸 들으면서 음... 애들이 다들 집에서 귀하게 크는 듯하다. 하기야 우리 사회는 고딩들에게 "공부"만 잘 하면 되니까 집안일이야 아무려면 어떤가?(내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봐도 이 녀석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5-1. 정정수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님과 샤골 씨의 초청강연. 말해요 찬드라(이란주, 삶이보이는창)를 바탕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인권-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기,라는 내용으로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강연이 있었고, 이후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다. 특히 참여하신 선생님들이 적극적인 질문이 많았다. 

5-2. 내가 궁금했던 점은, 한국에서 살다 돌아간 이주노동자들은 세계관이 변한다고 하던데-아마 자본주의적인 세계관이 체화되어 돌아가는 것이겠지?-, 본국에서 다시 적응하는데 어떤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시 적응하고 있는지 하는 것이다. 아마 나름 첨단(?)의 자본주의적 세계에서 살다가 본국에 돌아가면 다른 눈으로 자기 나라의 상황을 바라보게 될테니 좀 다른 인간이 되어 가는 게 아닐까 싶다. 

6. 모둠별 독서토론. 십시일반(박재동외, 창작과비평사)을 읽고 학생으로서 받은 차별이나 차별했던 경험을 사례로 발표하기. 우리 동아리는 좀 '조용한 가족'이라고 할까? 아직 어색한  분위기가 많아서, 대충 사례를 들어본 다음 내일 발표할 내용만 정해 놓고, 놀이 시간!! 30분 동안 부대끼며 놀았더니 금방 어색함이 줄어들었다.(역시 '모두아' 활동이 내 든든한 놀이 밑천.) 

7. 독서퀴즈 시간. 민주의 카리스마 넘치는 진행으로 분위기를 확 휘어잡았고, 우리 모둠은 그런대로 분위기를 잘 타서 즐겁게 참여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OO여고에서 준비한 퀴즈는 스피드 퀴즈, 책 이름 만들기, 이구동성... 이었는데, 모두들 목숨 걸고 집중해서 분위기는 최고조! 퀴즈가 끝나니까 정확하게 밤 12시. 난 독서퀴즈 중간에 선생님들이랑 옆방에 잠시 모여서 잠시 내일 일정 점검했다. 

8. 아침 기상 7시 30분. 전날 밤에 어찌나 심하게 놀았던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모두들 비몽사몽! 아침 식사는 간단한 미역국에 김치+햄구이. 밥은 어제 먹고 남았던 거 밥솥에 넣어 두었으니 아침밥 먹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넉넉했다. 미리 짐정리를 시키고, 집안 정리도 함께 맡겼다. 그랬더니 나중에 나올 때 준비가 빨랐다. 

9. 독서토론 발표회. 지난 밤에 얘기했던 사례 중 가장 공감+인상이 깊었던 사례를 즉흥극으로 꾸며서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다른 동아리들이 발표했던 건 잘 기억 안 나고, 우리 모둠의 주제는 "공부 잘 하는 학생은 바쁘다" 학교에서 공부 잘 하는 학생에게는 기회가 많고 못 하는 학생에게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20분 동안 준비한 것 치고는 발표를 잘 한 것 같다. 나도 참여할까 망설이다가 전체 진행 때문에 이곳저곳 왔다갔다 했기 때문에 결국 못 끼고 말았는데, 그게 조금 아쉽다.

10. 마지막 활동은 롤링 페이퍼. 모둠별로 모여서 1박 2일 동안의 활동을 정리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말을 건네자는 의도로 만든 시간인데, 아무래도 함께 활동한 시간이 적었으니까 나오는 말이 좀 비슷한 것 같다. 차라리 동아리별로 모여서 롤링 페이퍼를 했다면 더 깊은 얘기도 나오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자주 봐야 할 건데,  서로에게 건네는 말들이 어떤 사람을 미리 규정 짓는 거 같을 수도 있겠다.

* 처음 시작하는 독서캠프니 욕심 내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준비하고자 마음 먹었던 것이 스트레스 없이 캠프 준비를 할 수 있었고, 캠프 기간에도 즐겁게 보냈다. 부족한 것을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그런 것은 마음 한 켠에 묻으려 한다. 앞으로 이 동아리 캠프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첫발을 뗀 것으로 만족하다. 

동아리 캠프를 위해 함께 준비 모임을 여러 번 했던 김OO, 오OO, 이OO 양을 비롯한 여러 명의 친구들, 모두 애 많이 썼다. 너희들의 걱정과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다른 친구들이 1박 2일 동안 잠시나마 행복해할 수 있었을 거야. 그리고 지지부진한 준비와 태풍으로 일정이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캠프가 끝날 때까지 노심초사하면서도 한편으로 물심양면으로 함께 헌신해 주신 모든 선생님들, 고생하신 것도 잊지 않고 감사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