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 보충수업이 끝나면 학교에 남아서 책을 읽을 때가 많다. 그러다 3시 40분 정도엔 가방을 챙겨 진복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으로 간다. 그러면 3시 50분 정도에 도착해서 하원하는 녀석을 데리고 오는 게 요즘 주요 일과다. (집까지 걸으면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어린이집에서 운영하는 봉고를 타면 다른 애들을 다 데려다주고 오느라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방학 때는 그냥 어린이집에 직접 가서 데리고 오기로 했다.) 

   그런데 이틀 전에 하원하는 진복이를 데리고 아파트 입구까지 왔는데, 녀석이 계속 조심해서 걸으라는 내 말을 안 듣고, 아파트 안 도로를 막 달리길래 붙잡아 안으면서,

    " 이 자식이, 자꾸 아빠 말 안 듣고 뛰어 다닐래?"  

   그러자, 이 녀석이 하는 말,  

   " 아빠, 난 자식이 아니거든~ 그리고 녀석이란 말도 하지 마라~"  

   그러고 보니 어린이집을 다니기 전에는 항상 존댓말을 써서 여러 사람들에게 칭찬도 많이 받았는데, 어린이집을 다닌 이후에는 항상 이렇게 반말을 한다. 어쩌다 타일러도 그때뿐이고, 나도 아직은 별로 심각하게 느끼는 건 아니라 가끔씩 귀에 거슬릴 때만 타이르고 만다. 아무튼 반말은 그렇다 치고, 저 말이 하도 맹랑해서 내가,

   " 자식이라는 말은 아빠가 진복이를 귀여워해서 하는 말이니 괜찮다구" 

   그러니까 이 녀석이 하는 말, 

   "아빠, 그럼 내가 귀여워서 그런 거야? 나, 귀여워? 우헤헤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잊히나 싶었는데, 어제 저녁에 집앞 마트에 가서 물총을 사고 나오다가 뒤집어 졌다. 어린이집에서 며칠 후에 물총 놀이를 한다면서 물총을 보내라고 하시기에 녀석이랑 같이 가서 제 맘에 드는 것으로 골랐다. 그랬더니 녀석이 기분이 좋았던지, 

   "아빠, 자식아~" 

   이러는 거다. 

   "........" 

   "아빠, 아빠가 귀여워서 그랬어" 

   "음... 그게 말이야. 음... 자식은, 아빠가 귀여운 아들한테만 할 수 있는 말이야. 진복이는 아빠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구" 

   "왜?" 

   "어? 음...그게 말이야...원래 그런 거야. 아들이 아빠한테 그렇게 말하는 건 버릇 없는 말이기 때문이야" 

   "왜?" 

   "......(에휴~)" 

   물총 들고 집으로 오다가 녀석이 한 마디 더 툭 던진다. 

   "근데, 아빠 저 가게는 망했어?" 

   "아냐, 지금은 밤이라서 가게 문을 닫은 거야." 

   "그럼 다른 가게는 왜 문을 열었어?" 

   "아직 손님이 오니까 그렇겠지!" 

   "그럼 왜 손님이 저 가게는 안 가는 거야?" 

   "......(어휴)..... 근데 진복아 넌 망했다는 말은 어디서(누구한테) 배웠니"  

   "어... 그거? 나도 잘 몰라..." 

   음... 녀석 앞에선 정말 말조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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