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구름 그림자는 무엇인지, 말해 줄래?

   이제 이 고비만 넘기면, 넘기면, 넘기면 되는데…… 늦게 잠자리에 들면서도 뭔가 부족한 듯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마음이 답답한 이 상황도 오늘이 마지막이네. 다들, 기분 좋지? 시험만 끝나봐라,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이러면서 꾹 눌러온 욕심들도 많지? 이제 내 맘대로 해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을 거야. 마치 내 삶의 진짜 주인이 된 것 같겠지. 더구나 방학도 이제 열흘 후면 시작될 테니. 더욱 더 행복한 상상을 해 볼 수 있을 거다. 일단, 낯선 환경에서 1학기를 무사하게 버텨온 우리의 고딩 생활을 자축하며 박수를 보내자.

   오늘 건네는 책은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이야. 이 소설은 짧은데, 금방 읽히지는 않을 거야. 오히려 읽을수록 의미는 더 알쏭달쏭하단다. 그러니 천천히 한 문장, 한 문장 꼭꼭 씹어서 읽어야 한다. 소설을 쓴 사람은 한 문장도 그냥 쓴 문장이 없다는 걸 생각하면서 이 문장은, 이 문단은 무슨 의미일까를 계속 생각해 주길 바란다. 그렇게 읽어야 책 속에 더 깊은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단다. 이렇게 읽다 보면 구름 그림자의 의미나 허생과 왜냐 선생님의 차이, 선재와 윤수의 차이, 또 순석이의 답장과 이경미(K)의 이미지. 또 적자생존의 논리와 윤수의 항의, 반성문을 쓰는 것의 의미 등, 모든 것들이 알쏭달쏭하게 느껴지겠지만, 그냥 그대로 쓰인 것 같지만 그냥 쓴 문장은 없다는 거, 이 소설을 통해서 배웠으면 싶다. 이걸 모르면 같은 책을 읽고도 조금 아는 것이고, 이걸 찬찬히 살펴서 깨달으면 같은 책을 읽어도 남들과 전혀 다른 책읽기가 되는 것이다.

   읽다가 막히면 나에게 가져와서 의미를 묻고 토론해 보는 것도 좋겠다. 또, 읽었으면 책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야 하는데, 이 책을 읽고 자신의 학교생활을 진지하게 되돌아 봐 주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나에게 학교는 _________ 다.”라는 주제로 글을 한 편 써 보면 된다.(그럴 사람은 없겠지만, 노파심에서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나는 모두의 글이 어떤 방향으로 쏠리는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이다. 자유롭게 자기의 생각을 정리해 볼 기회를 가지는데 의미가 있는 과제라고 믿는다.)[분량은 A4 용지 1쪽 정도?]

   다음으로 네 마음을 가득 덮고 있는 구름 그림자에 대해서 알려 주렴. 책에 나오는 ‘구름 그림자’ 편을 잘 읽어 보고, 너의 구름 그림자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해 보도록! 이렇게 자신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반복해야 남들이 보는 자신의 모습과 자기가 보는 자신의 모습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나의 구름 그림자를 말해 보려고 해” 라는 주제로 글을 써 오면 된다. 나의 구름 그림자가 만들어 지게 된 배경이나 이유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어떻게 하면 이 구름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좀 생각해서 글을 써 보면 좋겠다.

   과제가 두 가지라서 좀 부담이 되겠지만, 시험도 끝났으니 주말을 이용해서 동아리 활동에 좀 신경을 많이 써 주길 바래. 자기 자신을 이 책에 푹 담가보도록 하렴.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인 너희들에게 자꾸 욕심이 난단다. 공부도 함께 하고, 좋은 그림도 같이 보고, 연극도 함께 보고, 문화유적 답사도 같이 다니고, 깊은 산에도 오르고, 스케이트장에도 가고…… 하고 싶은 것 천지지만 모두 다 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겠지? 그럼 이 중에서 한두 가지 만이라도 같이 해 보자. 물론, 이렇게 재미있는 방학 활동의 선택은 각자의 자유!

   책읽기도, 숙제도 꼼꼼하게 해야 우리 마음속의 구름 그림자를 걷어 내 버리는 좋은 기회가 될 거야. 얼렁뚱땅, 대충하면 딱 그 만큼만 얻어갈 뿐이고. 결국 선택은 자기 몫이다!

7월 3일 구름 그림자를 몰아내려는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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