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중산리에서 천왕봉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개선문이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우리는 모두 웃음을 잃고 묵묵히, 오직 묵묵히 걷기만 했을 뿐! 그러나 여기서도 한참을 올라야 했다.
개선문을 넘어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드디어 천왕봉(사진 가운데 갈라진 부분)이 보인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서쪽 끝을 바라보다. 반야봉은 구름 속에서도 우뚝 솟았고, 노고단은 구름 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
지리산 정상,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이어진 부드러운 능선의 모습. 가운데 구름 속에 약간 솟은 흔적이 아마도 노고단일 것이다.
구름 속에 잠긴 반야봉은 마치 신선이 사는 세계인 듯 환상적인 모습이다. 천왕봉에서 바라 본 세상 천지는 온통 구름 뿐이었다.
이곳은 구름 위의 세계! 나는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는 중-仙界가 있다면 바로 여기. 나는 선계를 찾아 올라 온 사람이었다.
천왕봉에서 장터목 산장으로 내려가는 길. 아마도 여기는통천문을 지나칠 때 쯤일 것이다. 굵은 고사목이 호위장군처럼 떡 버티고 서 있다.
지리산에 달이 뜨다. 그것도 보름달이... 천왕봉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길에 고사목 지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 잠시 쉬었다. 녀석들은 함께 갔던 우리 학교 학생들. 수능시험을 치느라 체력이 부실한 상태에서 올랐더니 다들 지쳤다.
고사목 지대에도 오늘의 마지막 노을이 비친다. 눈앞에서는 해가 지는데, 고개를 뒤로 돌리면 둥그런 달이 산 위에 훌쩍 떠올랐다.
둥그런 보름달. 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지리산에 떴지~!! 부드러운 능선을 닮은 보름달이 우리를 배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