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31일-여행 열째날(포카라-사랑콧-공항-카투만두-방콕-부산)


    돌아오는 날 아침 6시. 사랑콧으로 출발했다. 사랑콧은 포카라 근교에 있는 언덕 같은 곳으로 이곳에 서면, 아침 햇빛을 받은 마차푸차레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의주샘과 나도 제법 넉넉한 시간에 도착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먼저 와서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카메라를 들고, 저 아득한 마차푸차레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마차푸차레는 '히말라야'(신들의 거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아득하기만 하다.



   해는 마차푸차레의 반대편에서 떠오른다. 그래서 마차푸차레 뒤에서 장엄한 해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에서 조금씩 해가 나면 마차푸차레의 꼭대기부터 서서히 밝아지면서 붉은 빛이 감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밝은 빛은 아래로 내려가고 붉은 기운도 함께 내려가서 어느 순간이 되어 해가 쑥 올라오면 완전히 밝다. 그러나 지리산 천왕봉에서 일출을 봤을 때처럼 산의 깊은 맛이 있는 건 아니어서 조금 그랬다.



   여기는 포카라공항. 9시 10분에 출발하기로 한 비행기가 아무런 설명 없이 오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제법 큰 회사인 예티항공사의 비행기는 이미 여러 대 갔지만, 우리가 예약한 '붓다에어'는 감감 무소식!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더구나 우리는 오후 1시 40분, 카투만두에서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한다. 불안감이 거의 폭발하기 직전에야 활주로에 내려서는 비행기가 창 밖으로 보였다.  

   비행기를 맨 먼저 타서 뒷자리를 잡은 다음 포카라 공항의 전경을 찍는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포카라 공항. 아마 이 공항은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찾아와도 지금 모습 그대로일 것만 같다. 반가울텐가? 씁씁할텐가? 묘한 기분일 것 같다.


 

   16인승 경비행기다. 우리가 오갈 때마다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비행기가 작으면 그만큼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이렇게 작은 비행기가 네팔 전역을 넘나든다니, 참, 인간은 대단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히말라야 산맥을 보기 위해서 떠날 때는 당연히 왼쪽에 앉아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나는 맨 뒷자석에 자리를 잡았다. 비행기가 약간 덜컹거리면서 출발을 한다. 가볍게 이륙했다. 순식간에 고도를 높여, 창 밖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이 점점 작아진다.



   점점 작아지는 것들 위로 거대한 벽이  솟아 있다. 비행기는 어느새 구름 위로 올라와서 심심한 하늘을 날고 있는데. 저 멀리 구름 위에 보이는 건 또 다른 구름이 아니라 바로 신들의 거처! 정말 저곳에 신들이 산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구름이 마치 고요한 호수 같기도 한데, 아무튼 저곳은  적어도 바다로부터 4000미터는 높은 곳이라는 사실!(물론 산의 정상은 그보다 훨씬 높지만...)


  

   비행기는 엄청난 속도로 달릴 테지만 거대한 산을 바라보고 있으니 체감하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다. 계속 셔터를 누르지만 사진 속 풍경은 여전히 거대한 산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던 비행기가 갑자기 바로 선회 비행을 한다. 카투만두 공항에 가까워졌는데, 아마도 공항에 착륙하려는 비행기가 많나 보다. 그래서 같은 곳을 빙빙 도는데, 연료가 다 떨어지면 어쩌지, 라는 불안함이 다시 솟는다. 카투만두까지는 2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인데, 선회 비행을 서너 번 하느라 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카투만두 공항에서 티켓을 받고 수속을 밟는데 몹시 삼엄하다. 군인들이 짐수색을 하고, 그것도 짐수색을 여러 번 반복한다. 겨우 탑승장 입구까지 왔으나 출발은 또 지연. 1시 40분에 출발한다던 타이항공은 2시 30분이 넘어서야 출발! 이제, 네팔을 뜬다. 

   마음이 참 미묘하다. 안도감도 들고 아쉬움도 드는 이 미묘함.  다시는 아득하게 느껴지는 히말라야의 산맥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편리한 생활에 익숙한 나를 불편하게 했던, 그 불편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했던 이곳을 떠나 일상으로의 복귀가 임박했다. 진복이도 곧 만날테고! 비행기에선 계속 이어지는 간식, 식사... 그리고 가수면 상태. 이어서 수안나 폼 공항에 도착했다.  

   수안나 폼 공항에 내려서 입국수속을 밟고 우리는 과감하게 택시를 탔다. 환승 대기 시간은 겨우 6시간. 입국 수속하는데 30분을 허비하고, 적어도 2시간 전에는 도착해서 탑승 수속을 밟아야 하니까 정말 빠듯하다. 택시로 거의 한 시간을 달려 타이에서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기로 유명한 곳인 카우산 로드에 도착해서, 곳곳에 널린 노점에서 이것 저것 맛보기도 하고, 그 유명한 타이 맛사지를 받았다. (타이 맛사지는 정말 환상적이다.)

   다시 돌아온 수안나 폼 공항. 입국 수속을 하려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정말 많다. 비행기는 밤 12시에 출발하는데 탑승 수속을 끝내고 나니 좀 여유가 있다. 공항 이곳 저곳을 둘러보면서 환전하고 남은 태국돈 밧을 쓸 일이 없는지 살피다가 결국 햄버거로 저녁을 먹는 것으로 결정! 진짜 몇 년만에 먹어보는 햄버거인데, 맛은 의외로 괜찮다. 그래서 번개 같이 스치고 가는 생각 하나! -어쩌면 내가 '아니라고' 배척했던 삶에도 진실이 있을지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니, 어떤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에 두려움이 생긴다. 

   비행기를 타니 마지막 휴가를 즐기고 돌아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타이항공이지만 타이 사람은 다 합쳐도 10명이 채 안 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이 많다. 비행기가 출발하는 시간은  벌써 한국시간으로는 새벽 2시에 가깝다. 여전히 승무원들은 몹시 바쁘다. 스튜어디스도 참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잠깐 잠이 들었다가 착륙을 알리는 안내 방송에 깼다.  

   드디어 김해공항 도착! 짐을 찾는 동안 안내방송에도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이 상황이 좋다. 이래서 집이 좋은가 보다. 집으로 가는 내내 포카라를 생각해 본다. 며칠 있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곳도 그립다. 아마도 언젠가는 그곳에 다시 갈 날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슬금슬금! 다음번엔 가족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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