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3일-여행 둘째날(카투만두-포카라-나야폴-사울리 바자르)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의 아침이다. 이곳은 고층빌딩이 없다. 새로 신축하고 있는 건물(주로 게스트하우스)이 4-5층이다. 사진에서 보면 특이한 점을 볼 수 있는데, 불이 켜 진 곳이 없다는 점! 바로 전력 수급이 좋지 않아서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아직도 300달러 미만! 최근 아이티 사건 때문에 조사한 바로는 지진이 났을 때 피해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 1위가 바로 이곳 카투만두다. 실제로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카투만두와 포카라, 어디를 가도 곳곳에 집을 짓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고, 그걸 볼 때마다 진짜 엉성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도 4-5층까지 잘도 짓는다는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아무튼 세상의 모든 아침은 적막한 가운데서 새소리와 함께 오는가 보다. 여기도 새들이 하늘을 정신 없이 날며 사람을 깨운다. 이 때 느끼는 거지만, 새들은 어디 있다가 아침에만 이렇게 몰려 나오는 것일까?



   카투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비행기. 정원은 약 3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예티 에어라인. 참고로 네팔에는 '예티'라는 이름이 아주 흔한데, '예티'의 뜻은 히말라야 산맥에 살고 있다고 믿는 '설인'라고 한다. (포터한테 물어서 들은 말이니 정확하겠지?)  

   비행기는 쌍발 프로펠러를 달고도 가볍지만 씩씩하게 도시를 왕복한다. 수하물 운반 시스템은 거의 100% 수동이다. 특이하게도 탑승을 하면 승무원이 귀마개(솜)와 사탕을 준다. 물론 중간에 차 한 잔도! 탑승 시간은 약 25분 정도.  

   아, 포카라로 떠날 땐 문제 없었지만, 카투만두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1시간 반 정도 연착올 했다. (뭐, 네팔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하더라 : "everything is O.K. No problem"을 실감하는 순간! 하기야 우리도 어쨌든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국제선을 탔으니 No problem이긴 하다.)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산맥. 사실은 이 사진보다는 훨씬 더 웅장하고 감동적이지만, 사진 찍는 게 워낙 서툴다 보니 요런 사진을 올릴 수 밖에 없다. 포카라로 갈 땐 비행기 오른쪽에 앉아야 한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었던 지라 잽싸게 뛰어가서 창가쪽 자리에 앉았다.(참고로 네팔의 국내선은 지정석이 아니다.)  

   비행기가 보통 해발 7-8000m 정도로 난다는데 비행기에 앉은 내 눈높이에 딱 히말라야의 설산(雪山)이 정면으로 마주 보이는 느낌. 저기 저 보이는 하얀 것이 원래는 뭉게구름이어야 마땅한데 구름 위로 산이 우뚝 솟아 있는 걸 볼 때 그 경이감.  

   저걸 봤을 때 내게 이번 여행의 단초를 제공했던 친구-1년 전에 벌써 다녀왔었다-의 말이 떠올랐다. 네가 ABC에 도착한다면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음, 나는 일단 비행기 안에서 경이감은 느꼈으니, 이제 경외감만 느끼면 되는 것인가?



   여행의 중요한 준비 과정은 모두 건너뛰고 여기는 '나야폴'이라는 곳이다. 나야폴은 새 다리를 의미한다고 하니 이 다리가 동네 이름을 탄생시킨 주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다리는 세월 앞에 '새'라는 말을 잃고 낡아가고 있었다. 출렁거리는 다리를 지나 6박 7일 일정의 트레킹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이 계곡은 ABC 주변의 눈이 녹아서 흘러 내린 물이 모여 이룬 것으로 아래로 계속 내려가면 모디 콜라강으로 흘러간다고 한다. 물은 정말 맑고 깨끗하며 또한 차갑고 시리다. 

   ABC까지 가는 일반적인 트레킹의 출발점은 이곳 나야폴과 페디라는 곳인데, 포카라에서 오기엔 페디가 가깝고, 나야폴은 더 먼 곳에 있다. 그렇지만 페디에서 출발하면 보통 나야폴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트레킹 기간이 2일 정도 더 걸린다고 한다.



   나야폴에서 사울리 바자르로 가는 길. ABC 트레킹은 저렇게 산 중턱으로 난 길을 따라 걷는 게  대부분이다. 나야폴에서 바자르까지는 두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음... 사실인지는 몰라도 저 길을 넓혀서 차가 다닐 수 있도록 수년째 공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기초공사를 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ABC 트레킹은 처음에 산 기슭을 타고 힘들게 올라가서 능선을 타는 게 아니라 저렇게 산허리를 계속 감아돌듯이 걸어가는 것이더라. 4일 동안을 대부분 저런 산허리를 휘감아 돌아서 다음 산으로 옮겨가고 그 뒷산, 그 뒷산, 끝도 없는 그 뒷산! 그러고 보면 지리산이나 안나 푸르나나 시작은 동네 뒷산인 셈이다. 그러니 무슨 일이든 쫄지 말자.ㅋ



   사울리 바자르 초입이다. 두 시간 반 정도를 거의 쉬지 않고 걸었더니 벌써 기운이 빠져서 마을이 반갑다. 사울리 바자르는 나야폴에서 올라오면 산 속에 있는 마을 중에서 거의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바자르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사진 속에 산 아래와 산 중턱에 희미하게 집들이 몇 채 보이는데 저곳이 마을이다. 시장이 있는 곳은 사진 중턱에 있는 마을로 추정된다.(시장이 열리는 걸 직접 보지 못했다.) 우리는 아래쪽에 있는 사울리 바자르에서 괜찮은 숙소(포터가 추천(?)한 게스트하우스)를 정했다.  

   마을 어귀의 풍경은 우리나라의 농촌과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한적하고 고요하다. 다만 겨울인데도 들판에 초록빛이 꽤 많다는 것 정도가 다르다면 다른 것이다. 사실, 지금이 가장 추운 한겨울(1월)이지만 이곳의 날씨는 우리가 느끼기에 비교적 따뜻하다. 봄/가을용 등산티를 입고 걸어도 쉽게 땀이 나는 정도다. 햇빛만 있으면 일상생활을 하기엔 더 없이 쾌적한 상태다.(그러나 오후가 맑을 때가 많지 않다.) 그러니 겨울이어도 저런 작물(안남미로 추정되는 벼)들이 싱싱하게 자라는 것 같다.


 

   그린 밸리 게스트 하우스. 이름처럼 게스트하우스 바로 옆으로 푸른(?) 계곡물이 힘차게 흐른다. 이곳은 포터가 추천해 준 숙소로 짐을 풀고 대충 씻고 나서 저녁을 먹는데, 포터가 웨이터로 돌변했다. 우리는 순간 약간 당황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런 서비스를 하면서 음식값을 최대한 줄이거나 스스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포터에겐 꼭 필요한 행동방식인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저녁, Veg+Fried rice를  먹으며 일행들과 아침부터 지금까지의 꿈만 같은 일정을 되짚었다.  

   네팔의 대부분의 숙소는 난방의 개념이 없다.(하기야 연중 대부분 난방이 필요 없는 날씨가 계속 되니까) 더더군다나 트레킹 도중에 있는 숙소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나무 침대에 얇은 매트리스가 깔리고 그 위에 하얀 천과 낡은 베개가 전부다. 해가 지니까 아무런 할 일이 없어서 8시도 안 돼서 준비해 간 침낭을 펼치고, 그 속에 들어가서 잠을 청하는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두꺼운 책도 한 권 가져갔으나 전기가 없으니 아무 소용이 없다. 밤새 뒤척이느라 밤을 꼬박 새고 말았다. 새벽인가 싶어서 시계를 봐도 11시, 12시, 1시, 3시... 참, 힘든 밤이었다. 다음날부터는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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