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6반, ‘총각’들에게!

   오늘도 늦게까지 남아서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다. 늘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기만 할 뿐, 정작 힘들 때 토닥거려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너희들과 함께 비를 맞는 심정으로 나도 학교에서 매일 버티고 있다.

   올해 3학년 6반을 맡은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지. 어디서 요렇게 예쁜 녀석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나? 너희들만큼 바르고, 건강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이런 학생들은 없지 않을까 싶다.

   이제 열흘이 채 남지 않은 중요한 시험. 지금껏 힘든 과정을 잘 견뎌 왔으니 마지막 고비도 무난히 극복하리라 믿는다. 네 안의 가능성을 믿고, 현실에 최선을 다 하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나도 늘 옆에서 응원하고 있을게.

   오늘은 11월 3일, 제 80주년 학생의 날! 불의에 항거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준 청년들의 지난(至難)한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다. 과연 우리에게도 그런 용기가 있는가?를 자문해야 하는 날이기에 버거운 날이다.

   그러나, 비록 아직 우리에게 그런 용기가 없다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너희들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존재들이니까. 가능성에, 희망에 모든 걸 걸어도 좋은 나이들이니까.

   그러니, 우리 반 총각들은‘누구도 부러워하지 마라. 마음이 흔들리지 마라. 포기하지 마시라.’혹시, 네가 가는 곳에 길이 없다면 네가 길이 되어도 좋을 것이다. 굳이 루쉰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원래부터 길은 없었고 누군가 걷는 사람이 많아졌기에 길이 난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니까. 

   나는 너희들이 새로운 길을 닦는 사람이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오늘 네가 걸어간 자취가 곧 누군가의 길일 테니 말이다. 스스로 길이 되어 걸어가는 사람이 되기를……
 


담임, 느티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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