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물질 문화는 급속히 변하지만, 정신 문화는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유교적 전통이 강한 사회로, 미혼 남녀의 순결 여부가 여전히 개인적, 사회적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전통적 순결의 규범을 버리고 미혼의 남녀에게 완전한 성의 자유를 허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순결은 남성들이 여성을 지배하고 예속시키는 성차별적인 규범으로서 떨쳐버려야 할 과거의 인습(因襲)인가?하는 문제를 두고, 순결은 이제 더 이상 미덕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성적인 권리는 인간의 아주 기본적이며 보편적인 인권이다. 여성에게 순결이 강요되던 시대와 장소는 여성이 한 인간으로서 남성과 같은 권리를 누리지 못하던 사회였다. 이런 사회의 여성들은 단지 남성들의 성적인 소유물로만, 아니면 종족 번식의 매개자로만 인식되었다. 그렇지만, 현대 사회는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간적, 정치적, 사회적 권리가 제한 받지는 않는다.(형식상 그렇다) 따라서 여성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순결이라는 이데올로기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
   미혼 남녀의 순결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행동을 결정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는 성인이라면, 공동 사회가 편견으로 대하는 것은 부당하다. 개인의 행동이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인 법에 위반되거나, 윤리적 규범에 반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 구성원들의 선택을  사회집단이 규제할 수는 없다. 이러한 성인 남녀의 순결 문제가 간통죄와 같은 사회의 다른 법률적, 윤리적 판단과 별개라면 이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의 문제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의 일부에서는 미혼 남녀에게 완전한 성의 자유를 허용한다면(사실 누구에게나 성의 자유는 보장되어 있지 않은가?) 미혼모의 증가, 성병의 전파, 성범죄의 증가 등의 사회 문제와 가정의 결속력이 급격히 약화되어 이혼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물론 이런 성과 관련된 문제가 순결 의식이 약해진 현재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현상이 순결 의식의 약화와 직접적인 관련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 이것은 순결 의식의 약화가 가져온 문제가 아니라, 올바른 성교육의 부재와 음성적이고 삐뚤어진 성문화, 아직도 유교적 전통이 강한 가부장적인 가족 제도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낳은 사회 문제이다. 이런 다양한 원인이 낳은 문제를 단순히 개인에게 순결 의식을 강요함으로 해서 해결하려 한다면 이는 문제의 본질을 바르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 된다. 따라서 순결 의식을 개인에게 강요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미혼 남녀의 순결 의식을 지켜야 할 미덕인지, 버려야할 인습인지를 문제로 해서, 이러한 순결 의식은 현재의 시대 상황과 맞지 않고, 개인의 주체적인 선택으로 인정해야 하며, 현재 많은 사회 문제와 가족 제도의 결속력 약화 등의 원인이 순결 의식의 약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므로 여성에게 강요되어 왔던 순결 의식은 이제 더 이상 미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 강요된 순결 의식은 이제 없어져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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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3-12-03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갑자기?... 이 글은 논술 연수를 받을 때 내가 쓴 숙제였다. 우연히 학교의 내컴퓨터를 뒤지다 보니 별별 게 다 나와서 ^^ 논설문이든, 생활문이든 내가 직접 쓰는 것은 쉽지 않다. 아이들에게도 함부로 이야기해선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