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이준구) - 이준구 교수의, 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를 향하여
이준구 지음 / 푸른숲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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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 경제

   1년 반전에 우리-우리,라고 말을 하니 마음이 많이 아프다-는 죽어가는(?) 우리나라 경제를 확실히 살릴 수 있다며 출마했던 어느 대통령 후보에게 ‘묻지마’식 투표로 표를 몰아주었다. 그가 내건 공약은 어딘지 모르게 미심쩍었고, 그의 지난 언행에는 수많은 도덕적, 법적 결점이 있었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 값을 올려주고, 내가 내는 세금도 덜 내고, 거기다가  내 월급도 올려 줄 비상한 실력이 있다는 말에 혹해서(결코 ‘속아서’가 아니다.) 선택한 것이다. 소위 말하는 지난 10년의 ‘좌파’(진짜 ‘좌파’들은 이 말 들으면 가소로워서 웃는다.) 정권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자칭 ‘보수(진짜 ’보수‘들은 이 말 들으면 서운해서 운다.)’ 언론에 세뇌당한 국민들은 지난 5년 평균 4.2%의 경제성장률과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 종합주가지수 2.3배로 성장한 경제를 두고 죽었다, 고 생각해서 그 대체자로 고른 인물이 건설업자 출신의, 경제를 살린다는 이명박 후보였다.

   온갖 폼을 잡으며 경제를 살리겠다던 그 후보의 실력이 제대로 드러나는 데는 채 몇 달이 걸리지 않았다. 인수위원회 시절의 ‘어륀지’ 사건 이후로, 온통 자기 삶의 이력을 닮은 ‘고․소․영, 강․부․자’들로 구성된 내각의 출범을 출범시켜 자신의 출신 배경을 맨얼굴로 드러내었다. 더구나 자신 있다던 경제 분야에서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일으킨 ‘올드 보이’의 컴백, ‘MB식 물가 관리’, ‘고환율 정책’ 등을 통해, 자신의 사고방식이 과거의 어느 순간(그것도 오래 전 어느 순간. 아마, 1970년대쯤?)에서 멈춰 버렸음을 단적으로 드러내었다.

   굴욕적인 쇠고기 수입 협상이나 미국발 금융위기의 엉성한 대처만 보더라도 과연 그가 말한 ‘프로’의 실력은 언제쯤 발휘되는 것인지 궁금하다.(아직도 그 놈의 ‘좌파 타령’이다. 아마, 임기가 끝난 다음에도 큰소리 칠 것 같긴 하지만…… 그에 앞서서 남의 머리를 빌려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김영삼을 보니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뻔뻔함은 그네들의 주요 자질이다.) 기껏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서는 것이, 전 국민이 그렇게 반대하고 있는 ‘대운하’를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슬그머니 꺼내는 것이나 ‘녹색 성장’이라는 이름의 형용 모순 정책을 아무 사업에나 갖다 붙이기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얼마 전에 자전거 축제에 참여하셔서 한 말씀 하셨단다. 우리나라가 곧 3대 자전거 생산국이 될 것이라고. 그런데 역시나, 그 주장이나 전망의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이번에도 역시 그냥 그 자리에서 기분이 ‘업’ 되어서 아무렇게나 한 번 해 본 말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이 글의 전체 맥락과 상관없을지 모르겠다만, 아, 또 마음에 진짜 안 드는 게 하나 있다. 제발, 자기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도 뭐 했네, 이런 얘기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가난한 시절’은 이제 그만~!

   내가 느끼기에 이 정부는 정책의 결정에 아무런 논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고, 그냥 ‘아무렇게나 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의 말은 조금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몰상식한 태도’까지 보인다. 더군다나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들을 적대적으로 대하면서도 성찰의 기미가 안 보인다.(하기야 ‘성찰’이라는 단어는 이들에게 너무 품격 높은 단어라고 느낌이다. 그러니, 혹시나 저들의 입에서 ‘성찰’이라는 말이 나온다면 앵무새의 목소리가 연상될 것이다.)

   나는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거의 무지한 편이지만, 경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부의 경제 정책은 내가 보기에도 너무 엉성하고 허술한 것 같다. 항상 추상적인 전망만 난무하고, 어디에도 전망의 근거와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답답함을 넘어 이젠 이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을 지경이다. ‘경제’라는 말만 들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나 같은 사람한테도 이 정부의 능력이 들통났으니, 경제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 보기엔 이 정부의 경제 정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우습게 생각될까?

   그러나 이 정부에 대한 한 터럭의 기대도 없었던 나 같은 사람 말고, 이 정부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이 정부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던 소위 말하는 ‘보수 우익’의 사람들은 과연 지금 이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싶었다. 더군다나 자신 있다던 경제 분야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어떨까? 그들은 내가 사사건건 짜증스럽게 느끼는 이 정부의 정책을 정말 환호하고 있을까? 매번 여론조사를 하면 적어도 25-35%는 지지한다니까 그런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은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민 중에 이 정부의 정책으로 덕 보는 부자가 그리 많단 말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이번에 우리나라의 주류 경제학자로서 ‘보수 우익’ 성향이라는 이준구 교수의 ‘쿠오바디스 한국 경제’를 읽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참여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몇 편 읽었던 적이 있어(물론 인터넷 포털에서다.) 이준구 교수의 이름이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는 포털에 이 교수의 글이 오르는 주기가 훨씬 짧아지고, 글의 내용도 정부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이전보다 훨씬 쎄서 여러 가지 논란(?)을 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전에 이준구 교수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은 역시 ‘수구 꼴통’이로군, 이었다. 작은 허물을 트집 잡아 새로운 개혁 정책을 흔들어 보려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누구는 이걸 이념적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만, 나에게 이념이 무슨 소용이랴?)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이 교수의 글이 더 자주 올라왔다. 그리고, 기사에 소개될 때는 이준구라는 이름 앞에 꼭 ‘보수주의자’라는 수식어가 달리곤 했다. 내가 일부러 찾아 읽은 건 아니지만, 이 분이 쓴 몇 편의 글을 읽어보면서, 이 정도면 진짜 보수라고 할 만하군.(난 역시 직업 특성상 칭찬에 인색하다.)

   그러면서 의아스러웠다, 보수를 표방한 정부가 보수주의 경제학자에게 비난받는 현실이. 이 책을 읽고 이준구 교수의 도움을 받아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정부의 경제 정책은 전혀 보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흔히들 보수주의 경제 정책의 핵심은 시장 기능에 대한 신뢰에서 출발하는 거라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이 정부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쓰고 있는가?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엔 시장 기능에 대한 믿음과 신뢰보다는 개발주의 시대의 ‘관치’의 냄새가 더 짙다.(미분양 아파트 사태 해결에 쏟는 정책들을 보라.) 반대로 그들이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책들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시장 기능이 왜곡되어 정상적인 시장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 한정적인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공공 부문 민영화 계획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정부는 보수를 표방하는 정부(아, 물론 자기들은 ‘실용주의’ 정부라고 말했다만, 실용은 방법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국정이념을 수정했다고 들었다. 아무리 아니라고 강변해봐야 이명박 정부를 ‘보수주의’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은 없지 싶다. 아, 가스통 할배들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답지 않게 정책의 변화가 너무 급진적이다. 모름지기 보수란 지켜야 할 가치를 고수하면서 점진적인 변화, 안정된 변화를 추구하는 이념이 아니었나? 그런데, 자고 일어나면 갑자기 ‘규제 완화’라고 해서 지금껏 학교에 있었던 200여 가지 규제(규제에 대한 오해도 있다. 규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 사회 환경의 변화를 따라 가지 못해서 불필요한 규제도 있지만, 그 규제가 생겨나게 된 배경을 꼭 생각해 봐야 한다.)를 ‘오늘’부터 싹 다 없애버린다는 정책을 발표하는 정부가 안정 속에 변화를 추구하는 ‘보수’ 정부라고 할 수 있나? 그렇기 때문에 이준구 교수는 이 정부의 정책에 대해 몹시 근심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바꾸려고 달려드는 폼이 곧 초가집을 홀라당 태워 버릴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럼 저들의 황당무계한 계획을 밀어붙이는 자신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귀를 막고 일방적인 정책만 펴는 이유를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외부적 요인은 너무도 싱겁게 선거가 끝날 정도로 압승을 했다는 점이고, 내부적 요인은 국민에게 선택 받은 것으로 자기의 공약을 마음대로 실행할 백지수표를 받았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 요인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아무리 국민들이 바꾸라고 비판해도 ‘소귀에 경 읽기’ 마냥으로 밀고 나간다. (이준구 교수도 이젠 거의 자포자기의 심정이라는 기사를 읽은 것도 같다.)

   이 책은 지금까지 비판해 온 글을 묶은 것이다. 대운하를 비롯한 부동산 문제, 종부세 폐지, 교육 개혁…… 이 모두를 조금씩 엮어서 아마추어 정부의 1년이라는 장에 참여 정부의 문제점과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두 정부의 정책에 대한 간접적인 비교도 가능한데, (나의 오독誤讀일지도 모르겠지만)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교육 정책)은 대체로 큰 줄기의 방향은 옳았으나 ‘과욕’이 앞선 탓에 투박한 채로 그대로 밀고 나갔다가 기득권층과 수구 언론의 저항의 빌미로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교육 정책)은 오직 부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낡은 사고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실패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일갈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단적인 사례는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둘러 싼 논란에서 확인할 있는데, 참여정부가 도입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였으나, 종부세 부과 기준을 지나치게 낮게 정해서 기득권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반면에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를 무력하게 만들기 위해, 과세 기준을 상향하고, 세율도 대폭 낮추어서 가진 자들이 내야할 세금을 대폭 깎아주어 다주택 소유의 길을 터준 셈이다.(다주택 소유자에게 이런 부담을 덜어주면, 주택의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겨서 결국 주택 가격의 상승을 불러온다.) 여기다가 헌법재판소의 세대별 과세에 대한 위헌 판결까지.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 경제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유능한 보수주의자의 걱정스런 경고에도 귀를 닫고 있는 이명박 정부. 그러면서도 ‘경제’는 자신 있다는 큰소리는 여전한데…… 그 공허한 큰소리를 읽을 때마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가? 우리의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말하기엔 그들의 무능이 너무 도드라진 지난 1년 4개월이었다. 아울러 이준구 교수도 독자를 생각하며 건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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