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과 휴일은 공부방 청소년 나들이 날. 주말은 휴무토요일이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나와 있으니 나도 학교에 있었다.  공부방 선생님들이 봉고차 두 대에 아이들을 태우고 우리 동네 맥도널드로 오신 것인 12시 30분. (아이들에게 맥도널드 햄버거 먹이는 게 좀 그랬지만, 그날 회의에 못 갔으니 달리 할 말은 없다.)  

   나도 얼른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학교 근처에 있는 맥도널드로 달려가서 아이들을 만났다. 내가 북구빙상문화센터까지 길안내를 했고, 빙상장에 들어가니 거긴 완전 겨울 날씨! 빙상장이 녀석들이 생각한 것보다 좀 넓었는지 처음엔 쭈뼛쭈뼛하더니 들어가서 조금 있으니까 금방 좋아했다. 나도 망설이다가(다시 학교로 가야해서) 1시간만 놀아야지, 싶어서 스케이트를 탔다.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그래도 너냇 번은 간 보람이 있는지 걸음마는 겨우 지났다. 

   3시 40분에 학교에 와서 아이들과 1시간 반을 자습하는 교실에 앉아 있었다. 빙상장에서 있던 아이들은 봉고차로 오래 전에 예약해 둔 금정산 학생수련원으로 갔고, 나는 뒤늦게 오는 학생 한 명을 더 데리고 수련원으로 갔다. 

   수련원에 도착하니 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나도 그 자리에 끼여서 식사 준비를 거들고-그래봐야 밥상을 펴고, 행주로 닦는 수준이지만- 수녀님께서 해 주신 제육볶음을 맛나게 먹었다. 이후에는 공부방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두 나와서 피구 시합을 했다. 난, 이런 거 하면 언제나  심판이다.^^;;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을 때 날이 어두워지고 야간 산행도 가기로 했기 때문에 피구 시합을 끝나서 아쉬웠다. 

   드디어 야간 산행. 지난 토요일은 마침 음력 4월 보름이라 달이 훤 했다. 수련원에서 차를 타고 북문 밑까지 가서 거기서부터 산행을 했다. 북문까지 20분, 다시 고당봉까지 30분. 1시간 좀 넘게 걸어서 모두 고당봉에서 시내 야경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야간 산행으로도 고당봉엔 가끔 오른 적이 있었지만, 지난 토요일처럼 좋은 날은 없었다. 맑은 데다가 보름달에 둥싯 떠올라 있고 때마침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와서 몸도 마음도 상쾌했다.  

   그러나 고당봉에서 20미터쯤 내려왔나 아무튼 새로 놓은 계단에서부터 한 녀석(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배가 아프다며 꼼짝도 못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꾀병인가 싶었는데, 눈물까지 흘리는 걸로 봐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그 자리에 앉아서 조금 기다려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여서 남학생이랑 내가 번갈아서 업고 내려왔다. 북문까지 오니 먼저 내려간 선생님 한 분이 계서서 다시 그 선생님과 내가 번갈아서 업었다. 

   봉고차가 준비된 곳까지 내려와 녀석을 겨우 내려놓으니 가만히 힘을 빼고 있어도 팔이 덜덜거렸다. 그래도 숙소에 맛있는 간식이 있어서 서둘러 간식을 먹으니 시간은 벌써 10시 45분. 아내랑 약속한 시간은 밤 11시까지인데, 서둘러야 했다. 선생님들께 먼저 나가서 죄송하다고 인사드리고, 아이들과도 내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내려왔다. 

   허걱! 근데, 아직 진복이가 안 자고 있어서 녀석이랑 밤늦게까지 씨름 좀 하고, 온 가족이 늦게야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말 그대로 몸이 천근만근. 공부방 식구들은 수련원에서 내려와 이곳 구민운동장으로 내려오는 중이란다. 우리 가족은 서둘러 챙겨서 중간지점에서 공부방 식구들을 만났다. 구민운동장에 함께 도착하고 보니 다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운동장에서 가볍게 운동(축구)도 하고, 나무 그늘이 있는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으니 좋았다. 

   중간에 도시락 배달에 좀 문제가 있어서 늦게야 점심을 먹었고, 운동장에서 3시간도 넘게 보낸 우리 가족은 또 먼저 일어섰다. 3시에 있는 고종사촌 결혼식 때문!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집에 도착해서 서둘러 양복으로 갈아입고, 예식장에 도착하니 2시 50분. 진복이는 또 어찌나 신바람이 났는지 신부의 드레스를 밟으러 재빨리 뛰어가서 우리들 당황하게 했고, 밖으로 데리고 나오면 다시 들어 가고를 반복해서 아예 예식장 밖으로 나와 버렸다. 

   다른 친척들은 밀양에 있는 고모님댁으로 가시는데, 우리 가족만 힘들어서 도저히 못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집으로 바로 돌아왔다. 한창 졸리는 진복이를 겨우 달래서 데리고 오니까 집에서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때부터 집안의 평화! 다들 서너 시간씩은 자고 일어나 늦은 저녁을 느긋하게 먹었다. 거의 며칠만에 처음으로 먹는 집밥. 아내의 김치찌개에서 어머니가 끓인 맛이 났다.

   이후로는 이틀 동안 손도 안 대고 놔둔 청소시간. 내가 빨래를 개는 동안,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내가 안방을 닦는 동안에 아내는 거실 청소를 말끔하게 해치웠다. 늦게 깨서 잘 놀던 진복이도 실컷 놀았는지 자러 들어갔고, 다시 집안이 조용해졌다. 

   그 때 새삼 느낀 온몸의 근육통! 오늘 아침에 일어났더니 더욱 심하다. 학교에서도 계속 앓는 소리만 내고, 힘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오늘 꼭 해결해야 할 여러가지 일들이 잘 풀려서 그렇지, 아니었다면 정말 힘든 하루가 될 뻔했다. 며칠 지나면 낫겠지만, 그 때까지 힘들겠다. 

   아, 오늘 드디어 자전거를 샀다. 나로서는 거금인데, 본전 뽑으려면 잃어버리지 않고 오래 잘 타고 다녀야 할텐데...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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