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조촐한 것들이 - 내일을 여는 시 32
안준철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순천 효산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시는 안준철시인의 두번째 시집 <세상 조촐한 것들이>를 읽었다. 많은 사람들은 나처럼 그 동안 이 맑은 시집의 존재를 몰랐던 것일까?

   내 손에 들어온 이 책의 빛깔이 약간 누랬다. 그와 어울려 겉표지 안의 시인도 촌스러운 모습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계셨다. 나도 몇 달 전에 사 둔 시집을 이제야 손에 잡게 되었고, 보통은 아껴서 읽는 시집을 오늘 단숨에 읽어 버렸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참 '소박하고 솔직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때로는 왜곡된 교육현실 때문에 아이들 앞에서 어찌할 수 없는 교사의 입장으로, 가끔은 '아귀' 같은 아내를 무척 사랑하는 남편의 목소리로, 한편으로는 허리 통증을 앓는 환자의 모습으로 시인의 속마음을 진솔하게 드러낸 시가 시집 곳곳에 서 제 몫을 하고 있다. 시인의 관심은 낮고, 작고, 느리게 흘러가는 주변의 사물에 대한 것이고, 시인은 이 사물에 대한 애정을 진하게 담아서 표현하고 있으며 자신의 일상에서 얻은 소박한 깨달음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 이 시집은 시인이 보통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나누며 생활하고 쓴 체험시들이 많고, 그러기에 대부분의 시들은 보통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란한 수사보다는 진솔하고 소박한 표현으로 독자들의 눈높이로 낮추고 있는데 이것이 이 시집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집은 말만 요란해서 빈 껍데기 같은, 매끄럽게 잘 포장된 시집의 홍수 속에서 약간 빛바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자신의 단아하고 소박하고 진솔한 맨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그래서 쉽게 덮을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시집이다. 자기 주변의 작고 소박한 것에 대한 아름다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안준철 시인의 일상에 대한 깨달음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책이 모두 그렇겠지만, 이 책처럼 독자를 행복하게 하는 책은 지은이의 성실한 삶에서 나온다는 것을 잘 말해주는 증거가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쓴다고 하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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