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고 나눈 독후과제 발표문입니다. 동아리 모임에서 '나의... 아름다운... 정원'에 나온 갈등처럼 자신이 겪은 갈등을 소개하고, 해결 방법을 고민해서 정리해 온 글을 발표했습니다.

나의 갈등 상황과 문제 해결

   나의 아름다운 정원에 나타난 할머니와 엄마의 갈등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누구나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 가족, 친구, 동료들과 갈등이 더 많을 수 있다. 남들이 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나는 나름대로 무던히 살려고 애쓰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한동안 내 마음을 괴롭혔던  아버지와의 갈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자라면서 어느 순간부터 엄마와도 잘 이야기가 안 된다고 느꼈을 때부터 집에서는 별로 말없이 지냈다. 부모님과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면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보다 조금 더 극단적인 말이 나와서 서로가 가진 생각의 간극만 커지고 갈등이 표면화되니까 그런 상황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나만의 전략이다.

   그래도 가끔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으니까 결국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주로 엄마와 이야기를 할 경우가 많지만, 분명히 그 뒤에는 아버지가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당신의 생각을 직접 말씀하시지 않고, 항상 엄마를 윽박지르거나 구슬려서 나에게 당신의 생각을 전하신다. 그러니까 내가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사실은 아버지의 생각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셈이다.

  1. 대학 진학 문제를 두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했던 대학을 그만둘 때 이번에 어디 가려느냐고 아버지께서 슬쩍 물었던 기억이 난다. 하기야, 아버지는 고3 때도 내가 경찰대학에 갔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추기도 하셨다. 아니면 육군사관학교!!ㅠ 아버지는 그런 잘난 아들의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조금도 그런 폐쇄적인 틀에 나를 집어넣을 생각이 없었다. 아버지는 당신의 아들이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원하셨던 거다. 늘 내가 경찰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파출소 소장이 집으로 인사온다는 약간은 어이없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실제로 인사를 오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냐는 의식은 갖게 될 만큼 나는 더이상 어린애가 아니었다. 지금은 그 속을 알 수 없지만, 한때 아버지는 사범대에 진학하겠다는 아들이 못내 서운하셨을 거다.

 2. 나의 결혼 문제를 두고

   내가 서른을 넘기고도 2-3년이 지나자 아버지는 조금도 결혼할 마음이 없어 보이던 내가 영 못 마땅한지 엄마를 통해 나의 장래 계획을 끊임없이 물었다. 그때마다 나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이대로가 어때서?'라는 시큰둥한 대답을 날리고, 그럼 엄마는 사귀는 사람은 있나,라고 하시면, 나는 아니,라고 한 마디! 그러면 엄마는, 그럼 선이라도 봐라. 나는, 그런 건 왜 보노, 쓸데없이. 그러자 마치 각본에 있었던 것처럼 이어지는 엄마의 푸념. '사귀는 사람도 없다, 선도 안 본다, 장래에 대한 계획이 없다니 그럼 어쩌자는 것이고?' 나는, 내가 알아서 한다는 단 한 마디로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그렇게 서늘한 분위기로 이야기는 끝났다가 한 사나흘 지나면 아버지의 닥달을 받은 엄마의 이야기가 처음처럼 시작된다.

   집안에서 큰소리 날 얘기는 거의 이 주제 밖에 없었다. 내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기 전 약 2년 동안은 계속 사나흘에 한 번씩은 늘 이런 저녁 상황이 반복되었다. 지금은 꽤 오래전 옛날 얘기가 되었지만 말이다. 왜 부모님은 그러셨을까? 나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고, 내 인생의 문제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게 결혼이 되었든, 아니면 독신이든! 부모님을 이해하기엔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한가?

 3. 정치적인 입장과 세계관의 차이

   모든 아버지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가족들의 얘기를 잘 듣지 않는 게 나는 특히 답답했다. 아버지 주변의 사람들의 -내가 보기엔- 허무맹랑한 얘기는 늘 옳다고 여기시고, 세상은 원래 그렇게 돌아간다거나, 사람은 출세(?)-예컨대 교장이 된다는 것-를 해야 한다거나, 너만 옳은 일 한다고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라는 얘기를 지금도 가끔 하시거나 엄마를 통해 전하신다. 내 나이가 서른을 훌쩍 넘어 마흔이 가까운데도 말이다.(사실 지난 주에만 해도 그런 일이 있었다.) 그 분들이 살아온 삶이 힘들고 고달팠으니 그렇게 생각이 든 것을 이해하다가도, 어느 순간엔 이젠 그만 하실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어느 순간 불꽃처럼 튄다.

   예컨대, 우리 부모님은 아직도 내가 부모님이 세계에 의존하며 지내고, 그들의 세계관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렇게 해 주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계신 듯한데, 나는 오래전에 이미 부모님의 세계에서 독립해서 내 나름의 세계를 세운 셈이다. 그런데 부모님은 아직 그것을 인정하기 싫으신 것 같다. 부모님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부모님께서 나를 자신과 동등한 독립 개체로 인정해야만 불안정한 갈등 관계를 청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갈등과 긴장 관계는 모든 부모-자식 세대 간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물론 우리 부모님도 그 과정을 거친 것이다. 이젠 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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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8-12-09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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