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나고, 이제 한 해를 마무리 지어야 할 때! 우리 모임도 우선 이 책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아쉬운 마음에 보너스로 두 번 더 모임을 하기로 했다. 한 권은 나의 서양미술 순례(서경식, 창작과비평)로 정했는데, 다른 한 권을 두고 다섯 권의 책이 경합중이다. 전태일 평전(전기, 조영래), 우리들의 하느님(수필, 권정생), 대한민국사(역사, 한홍구), 호모 코레아니쿠스(사회, 진중권), 신문 읽기의 혁명(사회, 손석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좋을까? 혹시 제목만 보고 맘에 드는 거 있으면 골라 보렴!

   지금 겨울캠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추우니까 가까운 곳에서 했으면 좋겠는데, 금정산에 있는 학생수련원이 어떤가 싶어서 여러 가지로 알아보고 있는 중이고, 시기도 모두가 함께 다녀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구상하고 있다. 물론 지난 여름캠프처럼 모든 일정은 우리 손으로 직접 짜는 거지. 방학 중에 오랫동안 부산을 떠날 사람은 미리 알려줘야 계획을 세우는데 참고가 될 거야.

   또 기말시험이 끝나자마자 동아리 모임도 꾸준히 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활동한 자료를 정리해서 묶을 준비를 해야 할 거야. 같이 만들어 볼 팀을 꾸리고 싶은데, 생각 있는 사람은 나랑 의논해 주면 좋겠다. 사람이 모이면 구체적인 일정도 짜고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생각도 잡아야지.(내만 이렇게 행복한 상상에 빠져있는지도 모르겠다. 너희들은 여러 가지로 마음이 바쁠 텐데……)

   다음 주 화요일 모임 이야기를 해야겠지? 9교시에 어떤 주제로 활동해 볼까 생각하다가 요즘 각 반에 돌린 ‘뇌구조 그리기’가  생각이 났단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뇌구조를 그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뇌구조를 그려본다는 점만 다를 뿐이고! 그러니 자신의 뇌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서 구조를 만들어보렴.(따로 받는 종이에 적어 넣으면 된단다.) 재밌을 거야.

   나......의 아름다운......정원, 어떻게 읽었니? 읽으면서 눈물이 핑, 했을 테지? 할머니의 지나친 며느리 구박에 화도 났을 테고, 아버지의 묵인과 방관적인 태도에 답답함도 느꼈을 테고, 어머니의 고된 세상살이에 답답함과 연민의 정도 생겼을 테고, 영주가 보여주는 영특함에 흐뭇한 웃음도 피었으리라.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동구의 따뜻한 마음씨에 책을 읽는 너희들의 마음이 뭉클했을 거 같다. 아, 참 다들 왜 그렇게 살아야 했을까? 그런데 이 책은 아마도 동구네 가족이 그런 시대를 살았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고 있지? 난독증의 시대. 정상적인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시대를 난독증을 앓았던 동구로 표현되었던 것이겠지.

   그래서 사실 숙제로 “우리가 아는 1980년대”로 이야기를 해 볼까 하다가 너희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싶어서 고민을 거듭했단다. 80년대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 있을 때 해 보기로 하고, 이번 독후 과제는 “내가 겪은(는) 갈등과 해결”이라는 주제로 글쓰기다. 예전에 내가 갈등을 겪었던 일이나 대상이 있었다면, 지금 내가 다른 사람이나 어떤 대상과 갈등을 겪고 있다면 내용을 소개하고 자기 나름대로 그 갈등을 정리한 방식을 써 오는 거야. 이건 구체적인 말이나 태도로 드러날 수도 있지만,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난 갈등이 더 중요할 수 있는 거지.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아니면 또 다른 누구일 수도 있고, 꼭 사람이 아니라 학교나 공부 같은 대상일수도 있지.)과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을지 모르지만 내 마음 속에 큰 고통을 줄 수도 있는 거잖아. 지금도 진행 중일 수 있고, 이젠 자국만 남아 있을 수도 있겠지. 그걸 찬찬히 들여다보고, 상황을 정리해서 글로 표현해 주면 좋겠다. 우리가 얼마나 성실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모임의 질이 달라질 거야.

   기말을 열흘 앞둔 시간이라 마음이 급하고 무거운 거 안다. 그렇지만 우리 모임에서 얻어가는 행복한 기운으로 조금 더 즐겁게 이 힘겨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희들의 열린 마음을 기대하고 있을게.

   낼부터 날이 꽤 춥단다. 옷 단단히 챙겨 입고, 우리 마음까지 얼지 않도록 씩씩하게 지내자.

2008년 12월 4일, 느티나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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