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겨울이다, 어느덧! 겨울 찬바람이 불면 늘 호떡 생각이 난다. (원래는 어묵도 좋아했는데, 위생 문제 때문에 이제는 거의 안 먹는다.) 갓 구운 호떡을 후후 불어 식었을 때 한 입 베어 물면 호떡 안 설탕은 아직도 뜨거워 입안이 후끈하던 그 기억! 달달한 설탕물이 흘러서 묻은 손가락을 빨고 입 주위를 혀로 날름거리던 기억. 그런데, 아득하다. 이상하게 요즘은 호떡 파는 곳이 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더라. 이게 어쩌면 호떡 먹고 싶다는 생각은 내 머리 속의 ‘관념’일 뿐이고, 실제로는 이제 호떡 같은 음식에 관심이 없어진 때문일 수도 있겠지. 살기는 더 힘들어졌다니까 호떡 파는 곳이 더 줄어들지는 않았을 테고 내가 정말 먹고 싶다면 어디에 있더라도 내 눈에 띠였겠지. (아, 아침부터 뭔 흰소린지 모르겠다.)

   지난주에 봤던 영화, 도그빌(dog-ville). 아무래도 감독은 인간에 대해서 너무 쉬운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편치 않아. 인간의 어떤 면을 예리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현실이 아무리 비극적이라도 의지로 낙관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인간의 비루하고 약한 본성 속에서도 어떤 희망적인 면을 봤더라면 하는 욕심. 그것이 아무리 고문에 가까운 일일지라도. 인간에게 동정심을 가졌던 심판자의 판결치고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하는 안타까움이 마음에 묵직하게 남아 있단다.

   어쩌면 지금 너희들이 읽고 있는「촌놈들의 제국주의」(우석훈, 개마고원)도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답답해질까? 책 속에 자주 나오는 제국주의, 패권주의, 파시즘, 평화경제학……. 평소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들이 아니니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이번에 좀 어려운 책읽기를 넘어서면 이런 어려운 낱말들의 개념이 다음 책읽기의 배경지식이 되어서 다른 책을 읽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책을 통해 배경지식을 조금 더 넓혀가는 과정 속에서 책읽기에 훨씬 재미가 붙고, 그러면서 우리 생각도 조금씩 자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촌놈들의 제국주의」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니? 이대로 우리 사회가 앞만 보고 달려간다면 정말 이웃 나라들과 심각한 갈등을 겪게 되는 걸까? 그 상황과 맞물려서 우리 사회가 더욱 폐쇄적인 전체주의 경향을 띄게 되어 결국 파시즘 사회로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건 아닐까? 평화를 누리면서도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이기심 때문에 결국 이해관계를 극대화하려는 소수의 욕심으로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은 아닌지? 앞으로 2-3년간의 선택이 중요하다면 과연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는지? 모두가 궁금한 것들이고 우리 마음을 무겁게 누르는 질문들이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의 지적 능력으로 볼 때 앞에서 제기한 문제들에 뾰족한 답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고, 학생인 우리 생활환경과도 아주 밀착된 주제도 아닌 듯싶어서 고심 끝에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만약 우리의 학교가 어떻게 달라지만 30년 후의 우리 사회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글을 써 보는 것! 「…제국주의」의 맨 뒷장이 평화를 위해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제로 쓴 글임을 볼 때 우리 사회가 공공재인 평화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그 효용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는데 교육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이 30년 후의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바뀌어야 할 우리 교육의 모습을 상상해 보고, 학교, 교사, 학생,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글로 설명해 오면 된다.

   지금의 우리 교육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고 본다. 그럼 대안은 무엇일까,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를 고민해 보자는 거지. 물론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니다만 이렇게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 바로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지 않겠어? 너희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 주면 좋겠어!

   아, 그리고 25일 9교시에 결과가 발표될 앙케이트쇼! ㅋ 정말 대박일거야. 기대된다.

벌써 겨울의 초입에 들어섰는데, 아직 그 사실이 믿기지 않는,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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