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전, 어린이대공원 앞에 있는 교육문화회관으로 가는 차안입니다. 녀석이 새로 산 카시트에 의젓하게 앉아 있네요. 저는 이 주에 한 번 있는 쉬는 토요일에 글밭 나래, 우주인 아이들이 초청강연을 듣는 교육문화회관에 늘 따라 간답니다. 가끔씩은 이렇게 가족들이 모두 따라나서기도 하지요.
아이들이 강연을 듣는 동안 저는 진복이와 광장을 뛰어다닙니다. 녀석은 신이 나서 돌아다니는데 그걸 좇아가기가 쉽지 않네요. 또 다른 아이들이 먹고 있는 거나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을 달래서 제가 가끔 난처한 경우도 있어요. 집에 가서 준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도 합니다.
강연이 끝나고 만난 아이들과 간단한 간식을 먹고 아이들은 돌아갔습니다. 저는 그 근처에 사는 친구를 오랫만에 만났지요. 결혼하고 신혼집을 어린이대공원 근처에 차리고 보니,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흠... 총각 때는 이런 저런 일로 하루 걸러 하루를 보는 게 자연스러웠는데. 이 친구 대학 1학년 때부터 봐 왔으니, 벌써 15년이 훌쩍 넘었네요. 대단한 교육운동가라고 할 수 있지요.
일요일 오전, 날은 약간 흐렸지만 녀석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자주 가는 집 근처의 구민운동장입니다. 초록색 잔디 축구장 둘레로 달리기와 걷기를 할 수 있는 흙트랙이 있습니다. 길이가 600미터가 넘습니다. 많이 걸으면 두 바퀴도 너끈히 도는 녀석이 오늘은 반바퀴만에 먹을 걸 달래서 저렇게 먹고 있네요. 표정이, '아빠, 뭐해?'라는 거 같은데요.
녀석은 흙을 안 밟고 꼭 트랙 구석의 배수구 위를 밟으려고 한다니까요. 요즘 부쩍 흥미를 보이는 낙엽도 한 장 집어 들고, 요구르트를 쪽쪽 빨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차림새로 보나, 뭘로 보나 딱 가을을 타는 남자 같은데...
이젠 급기야 트랙에 쪼그리고 앉았군요. 다 먹어버린 요구르트에 미련이 남는지 빨대를 손에서 절대로 놓지 않네요. 요구르트 다 먹고 '쉬'하는 중인가? 아무튼 저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네요. 아무리 사진기를 들이대며 진복아, 하고 불러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늘 딴 곳을 보고 있네요.
녀석이 빨간색 매니아랍니다. 세상의 모든 빨간색에 집착합니다. 잔디 축구장이 두 개 나란히 붙어있는데 그 사이에 간이 관람석이 있습니다. 트랙을 돌다가도 녀석은 항상 그곳으로 가자고 해요. 관람석 색깔이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파란색 이렇거든요. 특히나 빨간색 의자는 녀석의 애정 표현의 주요 대상입니다. 길을 가다가도 빨간색 간이 의자만 있으면 그 쪽으로 가자고 난리랍니다. 오늘도 역시 빨간색 의자에 매달려 있네요.
아, 어린애들은 참,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왜 그렇게 좋아할까요? 꼭 더러운 것만 만진다니까요. 저 녀석이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도 바닥에 버려진 상표들입니다. 저게 뭐가 좋다고 손에 들고 입을 헤벌레하고 있는지, 참! 내일이면 23개월이 되는 녀석이 아직 말도 못하니 물어볼 수도 없고!! (이렇게 사진으로 기록해 놓았다가 다음에 말을 좀 하게 되면 물어봐야겠어요.) 아무튼 잠시 나온 산책이었지만, 녀석을 따라다니느라 무지 피곤했답니다.
산책 나온 김에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 먹고 집에 들어와서 우리 가족 셋이서 낮잠을 모두 네 시간이나 잤어요. 어제의 나들이와 오늘의 산책때문에 다들 피곤했나 봅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밖이 어두컴컴하더군요. 오후가 다 가버렸지요. 내일부터 다시 출근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다음 휴일에도 복이랑 열심히 놀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