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추석 잘 보냈나? 보름달 보면서 빌었던 네 소원이 꼭 이뤄지기를 바래. 지금은 깊은 밤. 그것도 제법 가을 기운이 나는 밤이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가는데, 그 중에서도 지난 번 우리 동아리 모임이 떠오른다. 모두들 하고 싶은 말이 꽤 많았던 거 보면서 흐뭇하기도 하고, 한 명 한 명 되물어 보고 싶은 것도 많아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게 좀 아쉬웠다. 우리가 동아리를 안 했으면, 「아니 어쩌면 스스로도 모르고 있을지도」 절/대 몰랐을 그런 내용들이라 소중한 시간이었으니 꼭, 발표했던 내용을 정리해 두는 거 잊지 마라. (아마 지금쯤이면 공책에 정리가 다 되어 있겠지?)

   오늘은 모의고사 치는 날! 모든 시험은 수험생들을 긴장시킨다는 명제는 옳은가, 를 생각하는 날이다. 학창시절의 나에게도 모의고사 보는 날은 오히려 야자 없는 날이라 은근히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했었다. 더구나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시험은, 성적이라는 말에 조건반응을 익힌 우리에게 ‘시험’이라는 말을 들을 때 반응했던 팽팽했던 의식은 불어 넣은 지 오래되어 슬글슬금 바람이 빠져 물렁해진 풍선 같은 게 아닐까? (성적에 상관없이 시험의 본질적 의미인, 자신의 학습 능력을 가늠해 볼 잣대로 시험을 받아들이는 학생이야말로 좀 ‘수준’이 있는 학생이다. 우리 동아리 아이들은 모두 고등학생 ‘수준’은 되니까 얼렁뚱땅 하는 경우는 없겠지. 자신에게 변명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도록 하자!)

   우리 모임은 다음 주 화요일(9월 23일)이다. 미리 나눠줘서 너희들이 읽고 있는 ‘말해요, 찬드라’(이란주, 삶이보이는창)는 읽는 내내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읽는 내내, 아니 읽고 나서도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할 동아리 활동은 우리 동아리 모임을 시작할 때부터 예고했던 대로 초청강연「아시아평화인권연대 활동가」이 중심이다. 이주노동자의 삶에 대한 이해와 이주노동자로서 한국 사회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주제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예정인데, 우리에게는 강연만으로도 귀한 경험이 되겠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그 경험의 의미를 극대화시켰으면 한다.

   모임 활동 내용을 두 가지인데, 첫 번째 ‘말해요, 찬드라’를 읽고 자기 생각 써 보기.(독후감이야.) 두 번째는 이주노동자에게 질문할 내용 써오기(이건 월요일까지 나에게 주면 내가 메일로 강연하시는 분께 전하고, 강연 후 우리가 보낸 사전 질문에 대한 답을 듣도록 하자.) 이번 모임은 특이하게도 모임 활동 후 숙제가 하나 더 있는데, 당연히 강연 후 감상문 써 보기야. 자 다들 해 올 수 있겠지? 이렇게 글을 쓰고 너희들에게 내 줄 과제를 쓰고 있을 때면 언제나 너희들의 생기발랄한 숙제를 들을 생각으로 마음이 부풀어 행복해진다.

    늦은 밤, 컴퓨터로 노래를 듣는다. -귀뚜라미. 나희덕이라는 시인의 시에 안치환이라는 가수가 곡을 붙여 부른 노래. 한참을 흥얼거리다가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에서 울컥! ‘내 울음도 /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에서 또 울컥!! 지금껏 내가 보낸 메시지는 너희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였을까,를 생각하며 다시 울컥!!!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 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 /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중에서

2008년 9월 18일, 좋은 노래 들으며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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