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 어느 학생의 말

- 정희성

모든 문제의 답은 학교에 있고

정답은 언제나 근엄해서

담임 선생님의 얼굴 같지요.

답답한 세상을 살아오는 동안

삼차방정식보다 난해하게 변해 버린

선생님의 표정을 읽으며

정답까지 가는 길은 너무도 아득해

나는 가끔 다른 길을 갑니다.

비록 험하기는 하지만

이 세상 어딘가엔 즐거움도 있겠지.

생각하며 길모퉁이 돌아서면

찍소리 말고 공부나 하라는

어머니의 고함소리 멀어지고

친구가 다닌다는 공장을 지나면

신축공사장 인부들

오락실 근처에선 재수할 때 만난

친구의 옆모습도 보이지요.

무언가 고달파 보여도

정답처럼 엄숙하지 않아서

볼수록 정다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나는 교실로 돌아오곤 하지요.

그러면서 나는 자신에게 곧잘

어리석은 질문을 던집니다.

― 정답은 학교에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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