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방학, 많이 아쉬웠지? 여행은 좋았고? 나는 너희들의 행복한 수학여행 덕분에 행복했단다. 그 에너지로 앞으로 한 달은 기운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너희들이 여행가 있는 동안, 나는 우리 동아리가 2학기에 활동할 계획을 세우고, 책 주문해서 받고, 9월 23일에 있을 초청강사 섭외하고 그랬지. 이제 대충 준비는 끝났다.

   2학기에도 1학기처럼 다양한 활동들을 해 보고 싶은데, 참신한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 무척 힘들다. 2학기엔 더욱 ‘좋은’ 책을 골라 읽고 너희들과 토론하고 싶어서 조금 욕심을 부렸다. 준비한 한두 권은 너희들이 읽는데 조금 더 노력을 쏟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읽고 생각을 정리해 오면 좋겠다.

   다시 한 번 부탁하지만, 동아리 활동에 필요한 책 읽기를 게을리 한다는 건 다른 사람의 기회를 대신해서 혜택을 누리는 사람[하다못해 한 달에 두 권 자기에게 책이 생기는 거라도 말이다.]으로서 차마 못할 짓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이 열심히 해 온 거 잘 알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족을 한 번 더 붙였다.



   ‘구덩이’라는 책, 읽고 있지? 어땠어? 내가 이 책을 소개하면서 자주 하는 농담인데, “구덩이라는 책 읽으면 구덩이에 빠진다!” 어떤 사람은 벌써 다 읽고 ‘재밌다’고 하던데… 당근이지! 아직 이 책 읽은 학생들 중에서 재미없다는 반응을 본 적은 없었거든! (음, 방금 황정인 왔길래 물었더니 별로라고 하더군.)아직 다 못 읽은 사람은 뒷이야기가 궁금하지? 소설의 끝은 약간 시시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줄거리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 새롭고 신선해서 읽는 내내 흥미롭더라. 다시 한 번 소설은 허구[지어낸 이야기!]라는 사실과, 그러나 그 ‘허구’가 얼마나 치밀한 구조를 갖춰야 하는지 알게 해 주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이제부터 중요한 이야기! 이 소설을 읽고 어떤 얘기를 나눠볼까? 나는 학교에서 소심하고 무기력한 스텐리가 초록 캠프에 와서 어떻게 달라졌나에 초점을 맞춰서 얘기해 보고 싶어. 그리고 나서 소설을 읽고 나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거지. 나에겐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나도 모르고 있던 나? 나의 가능성 발견하기! 물론 그걸 지금 당장 생각한다고 떠오를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앞으로 일주일 동안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 이번 일주일을 통해 자기도 잘 몰랐던, 숨어있던 1인치의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고 큰 소득을 얻는 셈이겠지. 자, 그럼 길었던 사설 뒤에 활동 과제를 말해 볼게.

   이번 모임은 설빈이가 사회를 맡는데, 설빈이랑 의논해 본 결과 세 가지 활동을 해 오기로 했단다. 우선 공통과제로 부모님이 보시는 나, 형제들이 보는 나, 학교 친구들이 보는 나… 처럼 ‘누군가가 보는 나’로 인터뷰를 해 오든, 말을 듣고 자신이 글을 쓰든 상관이 없어. 거기다가 덧붙여 ‘내가 보는 나’를 꼭 써 오기. 아마 사람들이 각각 보는 내 모습이 전부 다를 수 있을 거야. 거기다가 ‘내가 보는 나’까지 합쳐보면 조금은 ‘나’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 숙제는 선택 과제인데, 미래를 통해 보는 나! 나는 무엇을 꿈꾸고 있나, 나는 미래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런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그 미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나는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또는 그 꿈을 꾸고 있는 이유라든가, 그 꿈과 관련된 나의 재능은 어떤 것들이 있나?를 곰곰이 들여다보자. 이 숙제는 1-8반, 12반에 있는 학생들이 해 오면 좋겠어.

   세 번째 숙제도 역시 선택 과제인데, ‘내가 좀 잘났거든!’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 오는 거야. 음,‘성격 좋다’, ‘착하다’ 이런 추상적인 거 말고[이건 자기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단 증거야.] 아주 구체적으로 써와야 한다 - 돈을 아껴 쓴다, 집안 청소를 잘 한다, 물건을 잘 찾는다. … 처럼! 이 숙제는 9-11반에 있는 학생들이 해 오는 걸로 하자. 이거 민망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숙제니까 아주 무덤덤하게 객관적으로 자신을 훑어보고 글을 써 오도록! 뻔뻔할수록 재미있단다.^^

   자, 이번 모임이 언제냐 하면 9월 9일이야. 모임은 9교시에 간단한 생활나누기를 하고, 저녁을 먹고 올라와서 본격적인 발표와 과제 활동을 펼치는 거 알고 있겠지? 그럼 ‘구덩이’라는 책 열심히 읽고 간단하게 책에 대한 내용도 정리해 와야지.[50자 평가]

   즐거운 마음으로 동아리 활동 해보자. 너희들이랑 함께 책 읽고 공부하는 게 참 즐겁고, 기뻤다. 오래도록 이 행복감을 누리고 싶다.        

     9월 3일, 개학후유증을 앓고 있는 느티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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