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亡者),
지금은 대학 1학년인 아들 상주(喪主)가 초등학교 때 뇌출혈로 쓰러짐.
이후 집에서 투병생활 지속함.
아내가 생계와 약값을 위해 식당 주방 보조로 취업.
아들과 딸은 학비지원금으로 학교 다님.
유족으로 아내와 아들 하나, 고등학교 2학년 딸 하나 남기고.
어제 오후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뇌출혈이 재발하여 사망.
무척이나 얌전하고 순종적인 녀석이었다.
선생님이 시키는 건 뭐든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
늘 말없이 교실에 앉아서 가끔은 넋을 놓고 앉았던 아이.
하얀 얼굴이 창백하게 느껴질만큼 그늘이 짙은 녀석이었다.
가끔은 그런 녀석이 안쓰러워
어쩌면 지금껏 녀석의 학생 생활 중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를
우리반 녀석들의 주목을 한껏 받도록 농담도 했었다.
오늘 밤 그 상가(喪家)엔
늘 잔치집처럼 시끌벅적함 대신
안타까운 소식 듣고 달려온 지난해 우리반 녀석들만 열 댓 뿐이었다.
누군가에게 이토록 잔인한, 삶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