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올라가자마자 수업 준비가 안 된 아이들을 보며 벌컥 화를 내고 말았다. 요즘 들어서 수업이 약간 더 어려워진 4반이어서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게 아니다. 얼마 전에도 따끔하게 야단친 적이 있었는데, 오늘 또 그러고 말았다. 교실을 나온 지금 생각해 보니, 내 진심이 얼마나 전달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약간 강하게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된다.

    지난 화요일에도 운동화를 신고 복도를 뛰어가는 녀석들에게 웃으면서 '신발 벗고 내려 가거라.'고 했는데, 내가 보는 앞에서 대답만 냉큼 하고 도망가는 걸 화가 나서 뛰어가 교무실로 불러들인 적도 있었다. 근데 교무실에 불려온 이 녀석들의 태도가 가관이었다. 내 눈을 전혀 쳐다보지도 않고, 어긋하게 서서 '할 말 있으면 빨리 하시고 보내 주세요'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서로 마음을 열고 서로를 내보인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내 마음이 먼저 닫혀있는지도 모르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 가 생각해 보자. 너무 늦기 전에!

   요즘 우리반 녀석들은 1학년이 곧 끝나간다는 게 아쉬운 것 같다. 날적이를 읽을 때마다 그런 느낌이 많이 든다. (방금도 우리반 날적이를 읽었다.) 무지 착한 녀석들인데, 좀 까불락거린다. 그렇지만, 무슨 행사든지 참여하는 걸 아주 싫어한다. 학교 안팎의 행사에 스스로 참여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담임인 나와는 전혀 반대의 스타일이다. 난 애들이랑 장난치고 노는 것을 유치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이유도 없이 때리고 도망가면, 맞은 애는 잡으러 가고...하는 놀이(?)는 아마 초등학교 때가 끝인 것 같다. 근데 우리반 녀석들은 그런 놀이를 아직도 좋아하는 것 같던데...

   나도 우리반 아이들과 더불어 지난 1년 동안, 좀 더 자랐을까? 앞으로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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