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를 먹으며 

- 김 광 규

일찍부터 우리는 믿어왔다
우리가 하느님과 비슷하거나
하느님이 우리를 닮았으리라고

말하고 싶은 입과 가리고 싶은 성기의
왼쪽과 오른쪽 또는 오른쪽과 왼쪽에
눈과 귀와 팔과 다리를 하나씩 나누어 가진
우리는 언제나 왼쪽과 오른쪽을 견주어
저울과 바퀴를 만들고 벽을 쌓았다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자유롭게 널려진 산과 들과 바다를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고

우리의 몸과 똑같은 모양으로
인형과 훈장과 무기를 만들고
우리의 머리를 흉내내어
교회와 관청과 학교에 세웠다
마침내는 소리와 빛과 별까지도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고

이제는 우리의 머리와 몸을 나누는 수밖에 없어
생선회를 안주삼아 술을 마신다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어
온몸을 푸들푸들 떨고 있는
도다리의 몸뚱이를 산 채로 뜯어먹으며
묘하게도 두 눈이 오른쪽에 몰려붙었다고 웃지만

아직도 우리는 모르고 있다
오른쪽과 왼쪽 또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결코 나눌 수 없는
도다리가 도대체 무엇을 닮았는지를

* <도다리를 먹으며>-보충수업 교재 맨 마지막에 있던 문학 지문! (나는 김광규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오늘로 나도 보충수업이 끝났다. 내일까지는 반드시 끝내야 할 일이 하나 있긴 하지만 그것도 기한이 정해진 일이라 어쨌든 시간이 가면 끝날 것이고... 이제 열흘 남짓 진짜 방학이다. 조금 더 세상살이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