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시옷]          [십시일반]

   안녕? 지나 화요일의 모임 자료는 이미 정리를 했겠지? 아직 정리 다 못한 사람을 위해서 모임 자료 정리하는 팁(tip)을 알려줄까? A4 용지 앞뒷면이나 공책 한 두 바닥 정도면 충분하다. (그 많은 분량을 어떻게 정리하냐구? 그 중에 이미 반 이상은 미리 숙제로 해 온 것이니까 금방 할 수 있다.)

 ① 책 제목과 날짜, 장소 등 구체적인 모임 일정에 대해서 적고,
 ② 자기가 생활나누기 시간에 발표했던 자기 생활 이야기도 짧게 쓰고,
 ③ 책에 대해서 한 마디 하는 시간에 말했던 책 소개도 기록하고,
 ④ 숙제로 해 온 글을 옮기거나 붙이고,(이번 같으면 ○○과 나, 글이 되겠지?)
 ⑤ 그 날 모임의 전체적인 분위기, 특징, 느낌까지 기록하면 완벽하지.

   한 두 번 공책(파일) 정리가 밀리면 힘들어진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 나에게 부끄럽게 고백할지도 몰라. ‘열심히 안 했다고, 그게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말이다. 이미 늦은 걸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거지. 자기한테 주어진 기회를 자기가 버렸으니, 누구를 탓할까? 내가 좀 강압적으로 하면 더 잘 될 거라는 얘기도 지난 2년 동안 들었는데, 우리 동아리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동아리 활동은 자율성이 생명이라고 믿고 너희들의 가능성을 ALE는다. 보잘것없는 성과라도 스스로 해내야 의미가 있다.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면 성과의 모습에는 연연해하지 말자.

   오늘 받는 책은 ‘십시일반’과, ‘사이시옷’인데,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상관은 없다. 읽고 나면 마음이 답답하고, 기분이 안 좋을지도 몰라. 왜 이렇게 우울한 책을 권하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현실이니까. 우리가 외면해도 현실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외면할수록 현실은 더욱 나빠질 것이니까. 알아보자는 거지. 뭘 알아야 바꿀 수 있지 않겠어? 그래도 만화로 되어 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고, 읽는 재미는 쏠쏠하지. 

   우린 다음 모임에서 상황극을 할 거야. 주제는 ‘학교, 차별, 인권’이다. 전에 강연에서 이상석 선생님이 우리나라는 ‘학생에겐 인권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걱정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우리가 이번에 다룰 주제도 학생 인권, 청소년 인권에 중점을 두고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책 내용을 그대로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책과 자신의 현실을 견주어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전에 얘기했었지. 

   공책에다가 자신이 차별 받았던 이야기나 인권에 심각한 침해를 받았던 경험(말이나 행동)을 떠올려보는 보고 그 사례를 글로 쓰렴. 그것이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아. 조금 더 예민한 감각으로 이유 없이(전혀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경험이 있으면 그 사례를 써 오는 거야. 모임하는 날에는 자신의 사례를 모둠으로 모였을 발표하고, 모둠별로 가장 공감이 가는 사례를 토의한 다음, 즉흥극으로 꾸며서 전체가 볼 수 있도록 공연하는 거지. 무대도 없고, 조명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무대도 아닌 무대지만, 막상 연극을 한다고 생각하며 심장이 쿵쿵거리더라.(나도 그래!) 그렇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야.(그러니 이런 거 한다고 불평하기 없기. 고등학교 다니면서 이런 상황극을 준비하고 공연해 본 학생은 얼마나 있을까? 또 교과서가 아닌 다른 책을 읽고 ‘인권’에 대해서 토론을 해 본 학생은 또 얼마일까? 너희들은 청소년의 1%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지금 맞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상황극이 끝난 다음에 모둠의 대표 학생이 그 상황극의 시놉시스를 정리해 오면 된다.

2008년 5월 30일, 느티나무가 책을 건네며 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