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밤이 깊었다.  느티나무 쓰다.

   집이다. 깊은 밤. 요즘은 깊은 밤이라야 집에 있다. 그래도 좋다. 하고 싶으니까.

   아이들처럼 목표가 있으니까 견디기가 쉽다. 벌레는 빛이 비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든다. 그러나 우리는 벌레가 아니다. 그러기에 속도 보다는 방향성과 과정이 중요하다. ‘어떻게’와 ‘왜’가 중요한 것이라고 늘 생각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압도해 버리는 현실의 힘! 그것은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늘 곁에 있기에 무서운 것이다.

   늘 바쁘게 산다. 주어진 일도 있지만 알아서 하는 일도 좀 있다. 역시나 알아서 하는 일은 했을 때 성취감이 더 크다. 오늘 가정통신문이 그렇다. ‘전교조’에서 올해 실천하려는 교육 활동으로 ‘가정통신문’ 보내기를 하던데, 꼭 그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올해는 가정통신문을 계속 보내고 있다. 내용이야 별다른 게 없지만, 꾸준히 보내면 언젠가는 내 마음이, 내 생각이, 내 교육관이 전달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이런 믿음이나 희망이 없다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최근에 읽고 있는 책(또는 읽은 책)

남한산성(김 훈)/주기율표(프리모 레비)/모국어의 속살(고종석)/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 - 동아리 토론 도서/가만히 속삭이는(김사인)/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정지원)/ 모두 의미 있는 것들이다.

   시험 기간이 겹치고, 애기가 자주 아프고, 공부도 해야 하니 책 읽을 시간이 늘 부족하니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많다. 옛날에는(결혼하기 전에는, 혹은 애기가 태어나기 전에는) 책 읽고 생각할 시간이 많았는데, 잘 몰랐다. 결국, 사람은 지나고 나야 그 시절이 좋았다는 걸 깨닫게 되는가 보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까, 아마 그렇겠지! 이번 주 금요일(15)에 6년 동안 꾸려 온 공부 모임을 접는다. 나만 그만두는 게 아니라 모임 자체가 없어진다.

   좋은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마음을 나누던 이 모임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어떤 모습이든, 교사로서의 지금 내 모습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모임, 사람들, 마음들! 당신들, 모두, 최고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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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8-03-18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우리 학교 교지에 글이 몇 편 실렸다. 글이라고 하기엔 부끄럽지만~! 선생님들과 함께 돌려쓴 교단일기...그 중에서 내가 쓴 부분만 몇 개 골랐나 보다. 못난 글이지만, 어쨌든 내 머리와 손을 거쳐 나왔으니 나다. 기억해 두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