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만큼 예쁜 잎들이다. 느티나무!

   날이 덥다. 여름이 성큼! 아찔하다. 더운 바람이 훅 불겠지. 그래서 잎들은 싱싱한가? 사람만 더위에 적응 못 한다. 어디 적응 못 하는 게 더위뿐이랴! 문제는 적응이 아니다. 제대로 적응하면 다행이게. 더위를 이기려고 선풍기와 에어컨이 넘쳐난다. 물론 적응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방법이 더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결국 문제는 학교로 돌아온다. 아이들에게 ‘적응’을 가르치고 있나? 하는 생각. 저 잎들처럼 더위를 적응하는 방법, 꼼수를 쓰지 않고 정직하게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알 수 없는 일이다.

   고3 담임. 올해는 몸을 좀 혹사시키기로 했다. 아이들과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볼 작정이다.(그러니까 집안일에 소홀하다.) 몸이 힘들어도, 아니, 힘드니까 얻는 것도 좀 있다. 마음이 편해지고 조바심이 사라진 것,
그냥 여유 있게 생각하며 ‘완주’하며 1년을 보내기로 했다.

   며칠 전에 두 번째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소소한 학급 일상을 썼는데 의외로 재미도 있고, 한 달이 정리되는 느낌이라 좋다. 부수적으로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담임이 신경 쓰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아이들과 시사공책을 쓰기로 하는데, 이것도 좋다. 비록 적은 수의 아이들(5~7명)과 공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지만 작고 소수의 통로가 더 은밀한 느낌이다. 2학년 아이들과의 동아리도 참 좋다. 구성원들도 좋고, 함께 해 주시는 선생님도 계시고…어제 모임도 재미있고 의미 있었다.

   평소의 수업도 이래 신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수업은? 참 단조롭다. 수업에 쏟는 에너지가 사실 1,2학년 때 보다 적다. 지금은 학습지로 수업하지 않으니 더 그렇다.

   사실, 지금까지 대체로 그랬지만, 요즘도 행복하다. 별 걱정이 없이 지내니까 괜히 살 찔 걱정이나 하고 있는 편한 팔자다. 이렇게 살아도 될까 싶다! 다만 진지함이 웃음거리가 되는 현실이니 ‘나’를 감추고 살아야할 지도 모르겠다. 아니, 조심해야할 지도 모른다.

   바람이 초록 빛깔의 파도를 몰고 와서, 출렁인다. 그것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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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08-04-30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이 초록 빛깔의 파도를 몰고 온다 - 표현 참 멋지네요. 바람, 초록 둘 다 너무 좋아하는 것들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