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어몰입 교육에 대한 기사가 각 찌라시('선전지'로 순화해야 할 일본어지만, 그냥 하는 꼴들을 보니 별로 순화해 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들에 큼지막하게 실렸다. 어제는 수능과목 축소와 영어시험상시화가 실렸었나? 하고 있는 걸 보니, 좀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서 여기에 끄적인다.

1. 대학입시 자율화

가. 수능점수제 부활

  또다시 1점에 목숨 거는 입시제도가 부활되는 것이다. 애초 등급제의 취지는 수능 부담을 줄이고 내신 비중을 높여서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는 의도였다. 근데 결과적으로 이 목표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데는 이른바, 주요 사립대의 기득권 수호가 가장 크다. (이들이 내신 성적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 건 작년 여름을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그것도 기억 못 할 붕어들이나, 등급제 실패를 현 정부의 실정으로 돌리고 있지.) 하여튼 수능 1점에 다시 목숨 거는 시대가 왔다. 더욱 긴장하라, 수험생들이여!

나. 3불 폐지

   이건 자율형 사립고 설립, 대입 업무 대학 자율화에 따라서 고교 등급제와 본고사를 금지한 정책이 자연스럽게 무력화될 것이다. 이젠 고등학교를 선택하서 가니까 고교 간의 교육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고, 대학들은 고교의 수준을 입시에 반영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 본고사는 도입이 확정적이다. 내신과 등급제 못 믿어서, 변별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려는 일부 상위권 대학은 본고사를 봐야 학생의 능력을 확실하게 판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당연히 본고사는 도입된다. 그럼 기여입학제는? 현재 시행하고 있다. 물론, 편입학에서 음성적인 경우겠지만! 자, 그럼 좋은 고등학교 가기 위해서 초,중학교부터 과외 열심히 받아야 하고, 고등학교에서는 고교 수준을 벗어난 교육과정도 과외로 공부해야 하며, 만일을 위해 돈이 엄청 많은 부모를 만나도록!

다. 대교협에 업무 이관

   교육부가 내신 비중을 높이라고 강요해도 어떤 대학은 무시했던 게 작년이다. 그런데 대교협이 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오호~! 워낙 성숙한 민주시민이다 보니 강제로는 안 통하고 자율로 해야 말이 통하시겠다? 아, 이럴 수는 있겠다. 대교협 자체가 대학간 조정을 포기하는 경우는 자율로 잘 굴러갈지도 모르겠다. 그럼 100개의 대학의 입시 전형은 100개다.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이것도 과외 받으면 된다. 입시 전형 설명 과외 선생님, 곧 등장한다. 신종 직종이다.(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려나?) 

라. 수능과목 축소

   수능 부담 줄어든다고 도입한단다. 소가 웃는다. 수능 점수제로 가고, 대학이 수능을 중시하는 이상 1과목으로 줄여도 수능 부담 안 줄어든다. 1과목만 본다면 1년 동안 1과목만 죽어라고 공부할테니까. 사회나 과목 과목을 1-2개 선택해서 본다는데, 그럼 나머지 시간엔 다 자습이다. 하루 수업 중 반 이상이 그냥 교실에서 자습하게 될거다. (내신 비중이라도 높으면 내신  성적에 들어가니까 듣기라도 할테지만, 아시다시피 새 정부와 대학은 학교 내신을 불신하니까 대학이 내신 비중을 반영 안 해도 상관 없다.) 이렇게 되면 어려운 과목 선택이  팍 줄어들 것이다. 예를 들면, 과학의 '물리' 과목은 선택 학생이 거의 없을 것이고, 이런 상태에서 '공대'에 진학하는 학생은? 역시 과외 받으면 된다.

2. 교육부 권한 축소, 시도교육청 권한 강화

가. 특목고 설립 자율화

   특목고 설립 전에 교육부와 협의하게 되어 있는 단계를 폐지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지방자치단체는 경쟁적으로 특목고 설립에 나설 것이고, 특목고 천국이 될 것이다. 특수한 재능이나 능력이 있어서 특목고 가는 거야 누가 말리냐만, 외국어 특기자로 들어가서 '의대'나 '공대'가면 그게 무슨 재능을 살리는 것이냐? 재능이 있다고 온갖 특혜 지원(학생수, 시설, 교육과정)을 다 받아놓고 결국 새치기로 좋은 대학을 골라가다니! 게다가 이젠 등급제 되면 특목고로 가도 내신의 불리함이 없는데, 다 특목고로 가려고 할 것이고, 특목고 아닌 고등학교는 3류다. 그럼, 학생들은? 허허, 중학교 때 준비하면 이미 늦다. 적어도 부모 등골 파서 초등 3,4 학년 때부터 학원에서 준비해야 한다.

나. 0교시, 사설모의고사 부활

   고등학교에 0교시도 부활해서 7시나 7시 반부터 등교시켜서 보충수업한단다. 선생이 제일 할 짓이 못 되는게 저 0교시 수업이다. 밥도 못 먹고 오는 애들 앉혀서 국/영/수 해봐야 효과? 전혀 없다. 0교시하면 1교시 수업도 엉망이다. 애들은? 지금 6시간 자는 걸, 5시간으로 줄이도록 이번 방학부터 연습해라. 사설모의고사도 다시 친단다. 학원시험지다. 이미 국가에서 4-6회 전국단위시험을 치는데, 왜 사설모의고사를 치는지 모르겠다. 평가원의 수준이 사설 학원보다 못 해서 불안해서 치겠다는건가? 그럼, 아예 수능시험을 사설학원이 내면 되겠네. 선생들? 그 날 하루 수업 안 하는 날이라 은근히 좋아한다. 야자도 없으니 그날은 담임들 회식한다. 사설모의고사비는 9,000원이다.(비싸다는 참고서 한 권 값이다.)

3. 고교교육 다양화

가. 자율형사립고 100개

   새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이란다. 지금 전국에 6개 있는 자립형 사립고,에서 재단 전입금 비율을 더 낮춰서 사립학교의 전환을 유도한단다. 다양한 재능과 특기를 살리고, 건학 이념을 실현할 수 있으며 교육과정을 다양화 할 수 있단다. 게다가 사교육비도 반으로 줄일 수 있다나? 이걸 말이라고 믿어야 할지... 자율형 사립고 학비 엄청 비싸서 왠만히 돈 있는 집 자식 아니면 가서도 못 버틴다. 아니, 그 전에 과외비 엄청 쏟아붙지 않으면 못 들어간다.(그런데도 장학금으로 해결하겠단다. 돈 없어서 못 들어가는데 어떻게 장학금을 주냐고!) 우리 나라 고등학교는 재능과 특기 살려서 들어가는 학교 한 개도 없다. 오로지 성적 순이다. 모르지. 수학 문제를 창의력 문제라고 이름바꿔서 풀면 창의력 있는 인재로 둔갑할지는 모르겠다만! 교육과정의 다양화? 입시 과정의 심화가 더 정확한 표현 아닐까? 사교육비가 반이라 오히려 초중학교에서 사교육비가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지금은 상위 10% 정도의 학생들이 특목고를 기웃거리는데, 이 학교가 많아지면 상위 50%까지 특목고 대비 과외를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 중학교는 이미 늦어요..돈을 몸에 바르고 초등 3,4학년부터 준비하라니까요.

나. 공립형 기숙학교 150개

   사립고의 자율에 대해 공립학교도 학교에서 먹고 자면서 공부하는 학교를 전국에 150개 정도를 세우려는 계획이다.(물론 새로 설립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학교를 전환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먹고 자면서 입시 공부를 해야 그나마 대학을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겠다. 기숙학교를 뺀 나머지 인문계 학교들은 3류나 4류 학교로 전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공립형 기숙학교로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환상은 가지지 말도록! 기숙사에서 나오는 주말에 고액 과외를 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으니까.(지금의 특목고 애들의 사교육 참가 비율이 일반고에 비해 더 높은 건 주지의 사실!) 이렇게 되면 30년 고교평준화 정책 물건너 갔다. 평준화가 애들을 바보 만들었다는데, 좋은 거 아니냐고? 놀랍게도 (연구자들에 따라 관점이 조금씩 다르지만, 교육개발원 등의 공신력이 큰 기관의 연구나, 장기적이며 대규모 연구자료에 의하면) 평준화로 전체 고교생들의 성적이 상향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니, 하향 평준화 이야기하면 무식하단 소리 들으니, 딴 소리하기 없기! 학생들? 학교에서의 행복을 포기하고 조금 더 나은 대학을 가고 싶다면 죽도록 과외해야지 뭐. 어차피 돈이야 부모 등골 파면 되는 것이니까. 돈 안 대주면... 핑계, 좋잖아!  

4. 영어교육 강화

가. 영어로 영어 수업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영어로 수업할 수 있다는 영어교사가 50%정도 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단다.(말 그대로 설문 조사다.) 이걸 토대로 영어교사의 반만 연수시키면 될 거라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학교 영어샘들은 다들 무능력한가, 겸손하신가? 수업 할 수 있다는 분이 거의 없던데... 우리말로 해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 앉혀놓고 선생이나 학생이나 죽을 맛인데, 이젠 영어로 수업을 하신다? 좋다, 되는지 한 번 끝까지 해 보자. 단, 이게 죽어라고 해도 안 된다는 게 판명나면, 새정부는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약속하면. 대학교의 영어 수업도 겉돈다는 얘기가 많던데...그것도 일부 우수한 대학의 얘기겠지? 근데, 훨씬 더 이질적인 집단이 모여있는 고등학교에서 영어로 수업을 하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바람직할까? 이명박 찍은 우리 학교 샘들은 어떤 표정이실까 몹시 궁금하네. 학생들? 이것 때문에 영어 과외할 필요는 없겠다. 실현 불가능한 일이니까 너무 쫄지 말도록!

나. 영어 몰입 교육 시범 실시

   헛발질의 결정판.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게 목표라면서 시범적으로 실시하겠다고 한다. 글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학교에 한 번이라도 와 봤을까? 그게 궁금하네. 인수위에 교육학자가 한 명도 없다더니 그 말이 맞는가 보네. 논란의 가치가 없다고 본다. 명색이 인수위의 정책 방향인데, 정책이 이렇게 '개' 취급을 받아도 되는지 참, 우습다. 그러나, 더 말해 무엇하랴? 입이 아픈데... 난 국어를 가르치는데 나도 영어로 수업하라고 하려나? 그러면 어쩌지? 학생들? 신경 안 써도 된다. 그냥 하던 과외나 계속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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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8-01-24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써놓고 보니, 새정부는 사교육이 보낸 트로이의 목마,가 틀림 없다. 어쩌면 저렇게 학부모로부터 돈 뽑아낼 일만 골라서 벌이는지...

글샘 2008-01-25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보면 '다양화'란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노땅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죠. 몰상식하면서 무식한지도 모르는 것들.
영어를 졸나 해라! 1점이라도 더 따라! 서열 높은 학교로 가라!
이런 것들이 '다양화'를 없애는 주범인데 말이죠. ㅎㅎㅎ
우리도 이제 영어로 쉅 합시다. 렛츠 오픈 더 북! 뤼드! 엔드!!!

느티나무 2008-01-25 09:27   좋아요 0 | URL
맞아요. 헛발질이란 게 다양화 교육이 왜 안 되는지도 모르면서, 다양화를 외친다는 게 핵심이죠^^(역시!) 진보든 보수든 자아를 성찰하지 않으면 이렇게 되는 거죠~! 영어로 수업이라... 진짜 식민지군요.

해콩 2008-01-25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통쾌하지가 않아요. ㅋㅋㅎㅎ 웃음도 안 나와요. 솔직히 말하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내지도 못했다니깐요. 요즘 정말 미쳐버릴 것 같거든요. 진작 보험이라도 들어둘걸 하는 생각이... 신경정신과도 보험처리 되나 몰라. 저도 영어 과외나 받으러 갈까봐요. 과외공화국 대한민국, 자본의 식민지 대한민국...

느티나무 2008-01-25 09:30   좋아요 0 | URL
티비나 신문을 당분간 안 보는 게 상책이죠^^ 자기가 얼마나 황당한 선택을 한 것인지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지요.(이러면서 저도 속을 끓여요. 오죽 했으면 저런 글을 썼겠습니까?^^;;) 과외에 '공화국'이라는 말은 '공화주의'에 대한 모독이라고 홍세화 씨가 뭐라고 하지 않으실까요?ㅎ 전 이제 동아리 사례집 제작 원고 써서 보냈습니다.

2008-01-25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6 0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