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입니다. 11월입니다, 앞에 ‘벌써’라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이제야’라는 말을 썼다가 지웠습니다. 그래서 그냥 담백하게 11월입니다,로 시작했습니다. 오늘이 수능시험 14일 전, 11월의 첫날입니다.
반갑습니다. 학부모님 일곱 번째 편지로 인사드립니다. 어느새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 문턱입니다. 새삼스럽지만, 가족들이 건강한 게 가장 행복한 일인 듯 싶습니다. 특별히 편찮으신 곳 없이 지금부터 올 겨울이 끝날 때까지 가족 모두가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빕니다.
우리 반 녀석들은 10월 초순[10.05-09]에 기말고사를 쳤습니다. 시험 치는 날 아침에도 늦게 와서 애들 태우는 녀석도 있었습니다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평소 실력대로 잘 본 것 같습니다. 기말고사는 이미 수시 전형에 합격한 학생들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만, 정시에 지원할 학생들은 이번 2학기 기말고사 성적까지 반영되어 내신 성적이 만들어지니까 비중은 적어도, 무시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니었습니다. 편지와 함께 성적표도 넣어서 드립니다. 성적표 보는 방법은 1학기 기말고사 성적표 보내드릴 때 함께 드린 가정통신문을 참고로 하시면 됩니다.
우리 반에서 대학의 수시 모집에 합격한 학생이 12명입니다. 이 12명은 대부분 수능시험을 안 봐도 대학 진학이 확정된 상태라 고등학교 공부가 별로 의미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 학생들은 요즘 약간 늦게 등교하고, 4교시 후에는 학원 수강 등으로 일찍 귀가하고 있습니다. 학생이 대학 입학 전까지의 귀한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도록 부모님께서 꼭 관심을 가져주시고 학생이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도 챙겨주십시오.(아르바이트가 교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아르바이트 때문에 생기는 사고 등의 문제는 학부모님께서 책임지셔야 합니다.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임금도 최저임금의 기준을 적용받으니, 혹시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닌지도 알아보십시오.)
10월 10일에 친 마지막 학력평가 결과가 지난 25일에 나와서 성적표는 학생에게 주었고, 부모님께는 문자 보내드렸습니다. 아직까지 성적표를 받아보지 못한 학부모님께서는 학생에게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학부모 간담회와 공개 수업의 날에 우리 반 학부모님께서 많이 오셨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담임인 저를 만나서 가볍게 학생의 진학 상담을 하고 가셨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설명도 듣고, 상담을 하고 가셨어도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 않으실 줄 압니다. 워낙 입시 제도가 다양해졌으니까 매일 겪는 상황이 아니면 실제로 이해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정시 모집에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전화로 연락을 주십시오. 저도 잘 모르지만, 제가 알고 있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 말씀드리겠습니다.[연락처(담임 느티나무) : 010-OOO4-OO19]
지금 이 시기는 새로운 학습 내용을 더 배우겠다는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닙니다. 알고 있는 것, 지금껏 배운 것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수능 시험에 자기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차분하게 마무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욕심에 하룻밤 무리한 공부는 다음날 컨디션을 나쁜 상태로 떨어뜨립니다. 그러면 리듬이 깨지고 흐름을 놓치기 쉽습니다. 가능하면 평소에 하던 대로 하되,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푹 자는 게 제일 좋습니다.
학생이 수능 시험을 어디 학교에서 치게 될지는 수험표가 나오는 13일이 되어야 알 수 있습니다. 원래는 주소지에서 가까운 곳에 배정하는 것이 원칙인데, 인근의 학교가 수험생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년에는 개금고까지 시험을 치러 간 경우도 있었답니다.
수능 시험 결과가 나오는 날은 12월 12일입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시에 지원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12월 13일 이후부터 정시 지원 입학상담을 하겠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학부모님께서는 학교로 오셔도 좋고, 바쁘시면 전화로 물으셔도 됩니다.
수능 이후는 학교 일정으로 지금껏 학교 공부 때문에 미뤄둔 체험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능 성적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실제로 학교에 오는 날이 많지 않고, 대학 입학 설명회 참여, 박물관 견학, 영화/연극 관람, 봉사 활동 등을 펼칠 예정입니다. 담임으로서는 아이들이 고생한 3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라는 의미에서 희망자에 한해 지리산 정상 등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졸업하기 전에 한 번쯤은 더 편지를 드리고 싶은데, 장담은 못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드린 일곱 번의 편지가 학부모님께서 학생의 학교생활을 이해하고 담임의 교육 활동을 파악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07년 11월 첫날, 3-4반 담임 느티나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