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수업하는 게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껏 보아온 이모 후보의 메시지의 특징은 한마디로 즉흥적이라는 것이지. 이번 사건도 상황에서 즉석으로 나온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는 유독 ‘실언’이 잦다.) 적어도 영어공용화를 전면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이상,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공약(?)이기에 오히려 걱정이 덜하다. [그러니 흥분한 일은 아니고, 그냥 웃고 넘기고 말 일이지.]

   아,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이렇게 할 것이면 일제 시대 때 우리말 찾기 운동은 왜 했을까, 싶다. 아니 독립해도 지금껏 일본어를 썼다면 세계에 나름대로 통용될 수 있는 언어를 갖게 되는 것인데, 우리 조상들은 돈도 안 되는 우리말을 왜 쓰자고 했을까?[이모 후보에게 주시경 선생이 천하의 역적이 아닌가?] 먼 후일을 내다보고 그 때부터 창씨개명하고, 일본어 써서 세계화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앞에서 말한 내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모 후보가 내세운 교육 공약은 심각한 위협이 된다. ‘자율형’ 사립고 100개를 만들고, 공립 기숙형 고등학교를 만든다는 계획과 대학입시 자율화 3단계는 지극히 위험한 정책이다. 더구나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가 사교육비 감면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기본적으로, 목적이 있으면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건 전혀 엉터리 대책을 세워놓고 목적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니 헛웃음만 나온다.]

   단언하건대, 이 정책으로 사교육비는 절대로 줄일 수 없다. 앞으로 사교육비 증가율이 중학교 단위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도 자율형 사립고나 특수목적고 입시 열풍이 심각해 질 것이다. 학교간의 서열화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고, 어느 고등학교에 진학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사회적 신분이 고착화 될 가능성이 크다. 학부모들은 이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교육비를 조기에 투입하려고 할 것이다.[이런 제도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는 지 나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알고도 지지할까?]

   여기에 맞물려서 대학입시를 완전 자율로 풀겠다는 것은 공교육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대학은 틀림없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수준을 문제를 출제할 것이고, 여기에 적응하기 위해 학생들은 학교 수업보다는 본고사형 문제 풀이에 집중할 것이다. 아울러 내신반영비율을 자율로 풀어버리면 특목고나 과학고 학생들이 입시에 유리할 수 있도록 그나마 내신반영비율이 최소화시킬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입시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할 때(아이들이 판단할 때), 과연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어떻게 대응할까? 나로서는 상상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서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갑자기 교사가 되겠다는 희원이가 불쌍해지는 건, 그 이모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까? 되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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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7-10-22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 읽고 글쓰는 학생에게 나눠준 글쓰기^^ 한글로 썼는데, 따로 갈 데가 없어서 나의 블로그에 옮겨 적어둔다.(이러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테니까)

BRINY 2007-10-22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어느 신문에서 국제 대안학교를 표방하는 어느 중등학교의 교사 모집 공고를 봤는데, 전과목 영어강의 가능자를 원하더라구요. 호주 시드니 캠퍼스에서 연간 3개월 수업을 하는데 거기서 근무가능자여야 하구요. 님의 글을 보고, 그 채용공고가 떠올랐어요.

느티나무 2007-10-22 23:44   좋아요 0 | URL
전 아주 우습지만 진지한 질문이 하나 떠올라요..국어를 영어로 수업한다면 그 수업은 기존의 국어선생님이 영어를 배워서 해야 할까요? 아니면 영어선생님이 국어를 배워서 해야 할까요?ㅋㅋ'국사' 선생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