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학교에 왔다. 지금, 우리 반 교실에는 몇 명이 앉아서 공부를 한다. 나는 그 녀석들이 안쓰러워서 학교에 나왔다. 아내는 애기와 둘이서 집에 있다. 학교에 오면 아내가 또 안쓰럽다. 잠시만, 애기랑 놀아도 몹시 피곤한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애기를 데리고 학교에 와 볼까도 생각했으나 아내가 말렸다. 요즘 이 녀석이 설사를 계속 하는 바람에 사람 많은 곳은 피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교무실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 - 한국사회 교육신화 비판(이철호외 지음, 메이데이) 그러나,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연휴 기간에 꼭 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기말고사 출제. 마감이 연휴가 끝난 다음날이다. 나는 지금까지 출제마감을 넘기는 걸 예사로 생각했다. 그래서 올해 마지막 시험인 이번만은 마감시한을 지키고 싶다. 하지만, 그 분(?)이 강림하시지 않느니... 이렇게 서재에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오히려 몸과 마음이 너무 편하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같이 나눠져야할 집안 일도 아내에게 다 미루고, 고 3담임이라는 이유로 학교 일만 아주 규칙적으로 해 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몸이 계속 둔해진다.(생각해 보니, 다른 몇 가지 이유를 찾을 수도 있겠다. - 모두아 모임이 없어진 것과 얼마 전에 폐차를 부탁하며 아버지께 받은 고물차로의 출퇴근도 한 몫을 했을 거다.)
이렇게 편하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 자기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반성이 없는 사람이 원래 편하게 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올바른 방향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원래 맘 편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렇게 팔자 좋은 연휴를 보내는 사람도 흔치는 않을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