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밤은 지리산의 세석대피소(산장)에서 잠이 들겠지.
오전엔 거림골로 해서 느긋하게 세석까지 오르고, 오후엔 세석평원 주변의 봉우리에 올라야지. 저녁이 되면 간단하게 밥을 해 먹고, 다시 또 언제 볼 지 모르는 밤하늘의 수 많은 별 무리를 볼거야. 잠은 아마도 좀 일찍 잘거야. 도시처럼 할 게 많지는 않을 거니까.
다음날 아침은 얼른 챙겨 먹고, 장터목으로 가겠지. 1시간이면 닿을 거리인 천왕봉은 어쩌지? 꼭 정상에 올라야 하는 건 아니니까 거긴 생략! 바로 백무동 계곡으로 내려올거야. 백무동으로 나오면 마천면으로 가서 맛난 점심을 먹거나 함양읍으로 바로 갈 수도 있어. 읍내야 뭐 손바닥만 하겠지..한동안은 나른할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싶다. 기웃거리다가 오래되고 허름한 식당이 있으면 엉거주춤 들어가서 밥 한 그릇 달라고 할지도 모르지. 달게 한 그릇 먹고 나와서 느릿느릿 터미널로 가서 내가 탈 시외버스를 기다리면서, 옆 동무와 시덥잖은 얘기도 주고 받으면서 시간을 보낼거야. 몹시 덥다면 쭈쭈바라도 하나 빨지, 뭐!
약간 늦게 온 시외버스에선 나도 모르게 잠이 들거야. 가끔 깰 때도 있지만, 온전히 잠에서 깼을 때는 거의 부산에 다 올 때쯤이겠지. 그러면 새삼 몸이 뻐근한 것도 알게 될 것이고... 터미널 근처에서 동무와 헤어지고 나는 버스를 탈까 봐! 아마 혼자서 싱글싱글 웃으면서 창 밖을 내다 보겠지.
집에 오면 아내와 진복이가 반겨줄 것이고.. 나는 다녀온 얘기를 좀 꺼내 놓고는 몹시 피곤하다며 푹신하고 편한 자리가 무척 오랜만인 양 얼른 자려고 할 거야.
음, 며칠 동안은 몸에 담아온 지리산의 바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거야,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