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05-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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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오면
마른 들판을
파랗게 색칠하는 보리처럼
나도 좀 달라져야지.
솜사탕처럼 벙그는
살구꽃같이
나도 좀 꿈에 젖어
부풀어 봐야지.
봄비 내린 뒷날
개울을 마구 달리는
힘찬 개울물처럼
나도 좀 앞을 향해 달려 봐야지.
오, 4월이 오면
좀 산뜻해져야지.
참나무 가지에 새로 돋는 속잎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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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세상은 참 시끄러운데,
그에 따라 마음은 또 어지럽고 복잡한데,
이렇게 맑고 예쁜 글을 읽고 있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이런 글에 눈길이 가는 것은
일상에 지쳐 딱딱한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기를,
생활에 치여 메마른 마음이 찰랑찰랑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지나간 3월, 어떠셨는지요?
새 학교 오는 길에 적응하시느라,
새로 만난 아이들과 눈맞춤하시느라,
새로 앉은 옆자리 선생님과 함께 일하시느라, 애 많이 쓰셨습니다.
4월이라 그다지 달라질 것 없는 날들이겠지만,
그래도 ‘4월에는 더 좋아져야지’, 라고 새마음으로 함께 한 달 살이를 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