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04-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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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살아온 나날을 누가
어둠뿐이었다고 말하는가
몸통 군데군데 썩어
흉한 상처 거멓게 드러나고
팔다리 여기저기 잘리고 문드러져
온몸이 일그러지고 뒤틀렸지만
터진 네 살갗 들치고
바람과 노을을 동무해서
어깨와 등과 손끝에
자잘한 꽃들 노랗게 피어나는데
비록 꽃향기 온 들판을 덮거나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지는 못해도
노란 꽃잎 풀 속에 떨어지면
옛얘기보다 더 애달픈
초저녁 풀벌레의 노랫소리가 되겠지.
누가 말하는가 이 노래 듣는 이
오직 하늘과 별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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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봄, 세상은 화려한 꽃천지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수십 년을 같은 자리에서 꽃을 피워 온 우리 학교의 꽃나무들도
올해 또 새로운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지켜보는 이 없어도,
매번 보는 이 달라져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해마다 꽃철이면 저마다의 꽃을 피우는
학교 곳곳의 꽃나무들로부터 배웁니다.
좋은 봄날, 이번 주는 사진 찍는 이벤트가 있다지요? 인생의 가장 젊은 날,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과 좋은 사진 한 장 남겨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