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03-20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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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194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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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
1917.12.30. 만주 북간도 용정 출생
1945.02.16. 큐슈 후쿠오카형무소 사망(만 27세)
어쩌다가 윤동주 시를 읽으면
마음이 맑아지다가, 서늘해지다가, 따뜻해지다가, 안타깝다가,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시 한 편이 주는 울림이 참 큽니다.
윤동주처럼 시를 남긴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의 삶을 단 한 줄의 글도 남기지 못한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요즘,
윤동주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고난의 시간을 온몸으로 버텨온 사람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고 있습니다.
--또, 참회록을 써야 할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