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01-20230306

-----------------------------------------------------------------------------

혁신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둘러앉는 일

다함께 둘러앉을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것이

혁신과 행복의 첫걸음이었습니다

수업도 둘러앉아 모둠수업

회의야 말할 것도 없는 원탁회의

민주주의란 알고 보니 둘러앉는 것이었습니다

 

학교 텃밭에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웠고

밥집 술집에 둘러앉아

웃고 떠들며 논쟁하고 고민했습니다

교사들 둘러앉은 자리 기승전결은 언제나 아이들

엎드린 아이 홀로인 아이 외면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한 명의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시키지 않을까

 

시고 떫은 날들도 많았으나

어김없이 수요일은 돌아오고

둘러앉았으므로

서로의 눈빛 읽고 마음 열어 갑니다

홀로 꿈꾸고

오래 좌절해본 사람은 압니다

무엇도 혼자 이룰 수 없다는 것

낮과 밤처럼 달라 보이는 너와 나도

함께 이어져 있음을 서로에게 스며들 수 있음을

백짓장도 맞들면 낫고

한 사람의 백 걸음보다 백 사람의 한 걸음이니

혁신학교는 둘러앉아 행복을 배웁니다

둘러앉은 가장자리 밝고 따뜻합니다

-----------------------------------------------------------------------------

조향미 선생님의 시집, 봄꿈에 나오는 시 둘러앉는 일의 부분입니다.

지난 2월의 새학년 준비 모임에 이어 지난 주의 개학까지,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우리 학교다운 첫출발을 했습니다.

우리 학교답다... 라는 말은 여러 함의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우리 학교다움은

모든 교직원들이

학생들과 동료 교직원들을 맞이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올해 갑자기 벌어진 특별한 일이 아니라,

저 시에 나오는 것처럼 몇 년 전부터 둘러앉아 일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발전해 온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함께 둘러앉지 않으면,

나 혼자 파편으로 발버둥 치노라면,

때로는 지치고, 삶이 너무 팍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도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둘러앉아

행복을 배우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