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삼십도 

  영하 이십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오도 영상 십삼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 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커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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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7-07-31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충수업 시간에 함께 읽은(?) 시^^ 아이들에게 문제 풀라고 해놓고, 이 시를 읽었을 때 내 느낌을 설명해 줄까 말까 망설이다가 관뒀다! 음, 찡했는데...애들도 알겠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