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금정산을 오르다]
지난 가을 어느 날, 금정산에 올랐다. 늘 수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금정산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못하는 조용한 곳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많은 친구와 함께 있어도 마음 한 구석에는 그 누구도 닿지 못하는 어디가 있는 것처럼. 그 날 산을 오르는 동안, 정작 상계봉과 파류봉에선 사람 한 명 보지 못 했다. 모처럼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 같은, 누나 같은, 동지 같은 정순영선생님(사실은, '같은'이란 말은 모두 빼야 하지만 ^^)과 가을산을 올랐다. 세상이 이만큼이라도 살만한 곳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은 바로 정순영선생님 같은 분이 열심히 애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도 정순영선생님께서 찍으셨다. 상계봉으로 해가 지는 장면을 멋지게 남겨주셨다. 우뚝한 상계봉 너머로 아스라히 낙동강은 보이고. 모든 것이 허상인듯. 흐릿한 세상 속이다. 사진 속이든, 사진 밖이든,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