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자리
- 노선생님의 말
맨 앞에 서진 못하였지만
맨 나중까지 남을 수는 있어요
남보다 뛰어난 논리를 갖추지도 못했고
몇 마디 말로 대중을 휘어잡는 능력 또한 없지만
한번 먹은 마음만은 버리지 않아요
함께 가는 길 뒷자리에 소리 없이 섞여 있지만
옳다고 선택한 길이면 끝까지 가려해요
꽃 지던 그 봄에 이 길에 발 디뎌
그 꽃 다시 살려내고 데려가던 바람이
어느새 앞머리 하얗게 표백해버렸는데
앞에 서서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이들이
참을성 없이 말을 갈아타고
옷 바꿔 입는 것 여러 번 보았지요
따라갈 수 없는 가장 가파른 목소리
내는 사람들 이젠 믿지 않아요
아직도 맨 앞에 설 수 있는 사람 못된다는 걸
잘 알지만 이 세월 속에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한가지예요
맨 나중까지 남을 수 있다는 / (도종환)
오늘 '사랑의 유효기간은 있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나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다시 한 번 곱씹어 생각해 본다.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는가? 물론 어느 누가 사랑이 어떻다고 말해도, 그건 나와 상관 없는 사람들의 생각의 파편일 뿐이다. 다수의 생각에 내 생각을 맞추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도종환선생님의 시 '뒷자리'를 읽는다. 내 사랑도, 내 삶도 저 선생님의 삶을 닮았으면 한다.